비상 소소 한아름 선풍기만 밤새 혼자서 외롭게 돌고 있었나봐요 먼지가 산호초처럼 덕지덕지 들러 붙어 있는걸 보았었는데... 접힌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빛 빛의 경계 너머는 아직도 어두워 새장 안에선 작고 노란 카나리아가 고막을 자극하는 비명을 질러대네요 참 예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주었었는데... 그러고보니 저 애는 혼자야 어쩌다 짝을 잃게 되었지? 한참을 생각해 보고 나서야 처음부터 혼자였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언제부턴가 벽지와 하나가 되어버린 그의 사진이 빛바랜 시선으로 나를 비웃듯이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나는 무슨 감정으로 그의 사진을 저곳에 붙였던걸까요 이미 오래전부터 저 사진은 벽지의 이음새를 방해하는 천덕꾸러기에 지나지 않았죠 도데체 난 얼마나 누워 있었던거야 일어났으면 기지개부터 힘차게 켜야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