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소소 한아름
선풍기만 밤새 혼자서
외롭게 돌고 있었나봐요
먼지가 산호초처럼 덕지덕지
들러 붙어 있는걸 보았었는데...
접힌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빛
빛의 경계 너머는 아직도 어두워
새장 안에선 작고 노란 카나리아가
고막을 자극하는 비명을 질러대네요
참 예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주었었는데...
그러고보니 저 애는 혼자야
어쩌다 짝을 잃게 되었지?
한참을 생각해 보고 나서야
처음부터 혼자였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언제부턴가 벽지와 하나가 되어버린
그의 사진이 빛바랜 시선으로
나를 비웃듯이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나는 무슨 감정으로
그의 사진을 저곳에 붙였던걸까요
이미 오래전부터 저 사진은
벽지의 이음새를 방해하는
천덕꾸러기에 지나지 않았죠
도데체 난 얼마나 누워 있었던거야
일어났으면 기지개부터 힘차게 켜야한다
낮은 신음과 동시에 뼈마디가 잘게 부서진다
이제는 무조건 외출을 해야만 해
이 늪처럼 어둡고 숨막히는 공간에서
최대한 멀리 벗어나야만 해
나를 어지럽게 지나가는 풍경들이
서서히 제 자리를 찾아 멈출 때까지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수족관에 들려
저 애의 예쁜 짝이 되어줄
카나리아도 한 마리 사 올거야
밝은 벽지도,갈색 체크무늬 커튼도...
이제 다시 시작하는거야
창을 최대한 열어 젖히고
밀려드는 새 바람에 얼굴을 씻자
태양빛을 정면으로 받으며
움츠러든 가슴에 생명을 불어넣자
그러다보면
카나리아도 예전처럼 다시
비명아닌 노래를 불러 주겠지
싱그럽고 해맑은 목소리로...
소소 한아름 시인
2009년 8월 27일 한아름의 뉴욬 일기 中'에서
모처럼만에 집중력을 잃지 않은 상태에서 밤새 작업을 이어 갈 수가 있었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목표량을 채울 수 있는 날이었던것 같습니다.
잠도 자야하고 조금 쉬어 줘야 할것 같아서 퇴근하려 하는데...
그전에 약간의 보충 설명을 약속대로 하려고 합니다.
사람에 대해서 알게 된다는 것,알아 간다는 것...
이것은 반드시 세월에 비례하는것 같지는 않습니다.
소소 한아름'님은 내가 블로그를 약 6개월정도를 방치한 채
잠정적으로 쉬고 있던 기간에 들려준 손님이었습니다.
어느날 블로그가 생각이 나고 다시 포스팅을 준비하고 싶은 마음에 들렸다가
한아름님의 친구 신청과 몇 개 정도의 리플이 달려 있는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실소를 피할 수 없었던 것이 등업신청을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였습니다.
블로그를 조금씩 유지해 오는 동안 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고,흔적도 남겨 주셨지만,
내가 그렇듯이 하루 이틀 그렇게 지나다보면 기억에서 조차도 아주 미비한 자취가 될 수도 있을것이기에
처음엔 그러려니 했습니다만,인사차 찾아 갔던 블로그에 진심이 담긴 글들이 눈에 띄였고,
곧 그 글들을 하나씩 읽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말로는 친구라 칭하면서도 십년이 넘도록 이름자 마저도 모를 수 있는곳이 웹'이란 인터넷 바다인데...
직접적인 대화는 아니었지만, 글에서 느끼는 향기,색채,성정들은 좀더 많은 것들을 알게 해 주더군요.
아직은 체험하지 못한 그런 계기가 있었던 이유에서일까...
다른 님들에 비해서는 짧은 시간에 비교적 많은 것을 이해하고 알게 되었습니다.
상대가 누가 되었든 어떤 경로를 통해서 알게 되었든 좀더 알게 되었다는 것,안다는 것...
그것들은 내 마음을 점차적으로 조금씩 오픈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열쇠가 되어줍니다.
오래전의 일이 생각납니다.
미니 홈피를 통해 교류하던 웹 친구가 있었는데...어느날 찾아가서 나의 본명을 적어 놓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내 마음을 오픈할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했지만,상대방에 대해서 좀더 알고 싶은
작은 의지도 품고 있었음일건데...거기에 대한 답례로 자신의 이름 역시 적어 놓고 갔었지요.
성씨와 이름자 중에 한자를 골라서 두 자...
예)차X탁 ==>차 탁.
내색은 안했지만, 난 그 즉시 열려고 준비하던 마음의 문을 다시 닫아 버렸습니다.
온갖 모순과 불신 투성가 난무하는 복잡미묘한 이 세상에서
노여워 할것도 서운해 할것도 없는 신중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어쩌면 당연했을 반응...
아직 많은 부분의 확인이 용의치 않아 드러나지 않은 상대방을 경계하는거야 탓할것이 못되지요.
신중하다는 것은 요즘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는 어쩌면 반드시 필요한 지침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고심끝에 내린 결론은 좀더 간단했습니다.
인연이 아니다!
인연이란 반드시 긴 세월을 경유해야만 찾아 오는것이 아닐것이란 마인드가 형성된지 오래 되었으니까...
내가 가장 싫어 하는 것, 그것은 집요함...
내게 집요하게 구는 사람도 싫지만,그렇기에 내가 집요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난 두 번 이상은
묻거나 미련을 보이지 않아 왔으니까요.인연이란 반복된 바램이나 열망만으로는 찾아 오지 않을 것이니까...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알게 되는 것들...
나열된 단어로 이루어져 완성 되어가는 글의 이야기들...공감되는 것들과 아쉬운 것들...
글만으로도 나눌 수 있는 유대와 교감이 존재하기에 오늘도 수백 수천 개의 블로그나 홈피에서는
무수히 많은 글자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타이핑 되고 있겠지요.
누군가에게 다가갈 때 마음을 열기보다 경계를 우선시 했다면 좋은 만남으로 이어질 수는 있겠지만,
그건 인연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직 나이는 어린? 편이지만...쉽지 않은 성격 같던데...처음부터 마음을 열고 다가와 준 '소소 한아름' 시인께
진심을 담아 감사의 마음을 처음으로 전해 보면서 비상'에 대한 덧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Gerard Joling/Doo-Wop-Days Doo-Wop
Days only You Why Crying The Chap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