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보다 낯선 사랑/♥아름다운 동행

구름속에서 본 동생의 얼굴/소소 한아름ㅣNana Mouskouri 나나무스꾸리-With my white handkerchief 하얀 손수건 [가사번역]

Blue 탁이 2018. 9. 9. 15:17

 

구름 속에서 본 동생의 얼굴

 昭笑 한아름

 

 


하늘을 가린 커튼이
팔을 크게 벌릴 때마다
파란 하늘을 잡고 버티는
구름이 얼굴을 드러낸다

 

눈을 가늘게 떠 본다
구름이 흐릿해지면서
그리운 얼굴이 보인다

그 얼굴이 서러워서
다시 눈을 감는다


시간이 얼마나 더 지났을까

약간의 한기에 눈을 떠
아까의 구름을 찾아 본다

형태만 조금 변했을 뿐
아직도 그 구름은
그 자리에 있다

 

아까 언뜻 본 그 얼굴이
다시 보고 싶어서
또 눈을 가늘게 떠 본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은 그 얼굴이
만들어지지가 않아

 

속눈썹을 비벼 흩트리고
가늘게 눈을 떠 초점을 흐려본다

아무리 애를 써도
더 이상은
그 얼굴이 만들어지지가 않아

아까는 됐었는데...


저 파란빛 때문일 거야

언제부턴가 이 거리엔
파란색 선 쉐이드가 유행처럼
베란다마다 설치되고 있었다
파란색은 창백한 환자의 낯빛 같아서
금방 우울해질 때가 많았지


거리에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구름은 이미 흩어지고 있었다.
그리운 동생의 얼굴과 함께...

 

 

<2009년 10월 8일 한아름의 뉴욕 일기 中'에서>

 

 

소소 한아름'님의 자작시로 포스팅을 준비했습니다.

많이 숙달된 포토샵 기술이지만,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습니다.

단순히 기술력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매번 포스팅을 준비할 때마다 두 가지 이상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데...

어떤 날은 이런 방식을 버리고 그냥 글만 올릴까 생각한 적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의 평범함으로 타협할 지경에 도달했다면,

블로그를 차라리 접어 버리거나 너무 힘들면

잠시 휴면 기간을 갖는 것이 났지 않겠나 싶어서 억지로 만들 때도 있는데...

예외도 있습니다.

자작글을 창조란 명찰을 붙여 세상에 처음으로 소개할 때입니다.

 

이때만큼은 이미지를 만들고 시를 되뇌어 보는 것이 그리도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나도 써 놓은 글들이 꽤 있지만, 썩 내키지 않는 것은...

지금 내 마음은 그날들의 감성이 아니기 때문에

왠지 읽어봐도 무미건조해 보이고 의욕이 생기질 않습니다.

하지만, 글과 가까이 지내면서 느낄 수 있는 건 아픈 감정이라도,

혹은 피하고 싶은 열정 때문에 힘들어할 때...

우울할 때, 슬플 때, 사랑을 잃었다고 생각할 때,

별리의 통증 때문에 식욕마저 잃었을 때...

이런 유의 아픈 감정을 담고 하루하루를 소일하던 시절에

글을 많이 썼고 또 잘 써졌던 것 같습니다.

 

소소 한아름'님은 친구를 수락해 놓고도 한동안 까먹고 있다가

나중에서야 블로그를 들려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괜히 온 것 같다란 생각이 들었지요.

너무 우울해졌기 때문입니다.

나는 항상 어디를 가든 맨 앞 페이지를 기본적으로 먼저 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블로그 개설 후 맨 처음 작성한 포스팅부터 읽는 습관.

 

텍스트 문서처럼 깨알 같은 글씨만 가득한 한아름'님의 포스팅이었지만

몇 페이지를 못 보고 너무 우울해져서 그날은 기분 탓이려니 하면서

다음에 들리기로 했는데...

여전히 답답함과 숨 쉴 때마다 부담되는 허파꽈리의 신음을 들었습니다.

반드시 우울한 글 때문만은 아니고,

난 항상 글에서 받는 감응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가능하면 가볍게 읽으려 노력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입니다.

글이 좋아서 늘 고프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깊이 심취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할 만큼

글에 대한 감수성이 예민한 것도 사실이겠지요.

어찌 됐든 그런 인연으로 인해 한아름'님의 글들을

조금씩 옮겨 담고 있는 중입니다.

 

최근에는 부주이신 서호 문성호'님의 미니 홈피에도 인연이 되어 발길을 하게 되었는데...

그곳 역시 맨 첫 장부터 열어보게 되었고, 일단 속독으로 수백 개의 글을 다 읽기는 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우울해졌습니다.

왜... 왜... 아프지 않은 사람, 상처 없는 사람은 없는 걸까요?

언제나 밝은 웃음과 너글너글한 웃음을 소탈하게 보여온 문우셨는데...

물론, 그냥 글일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길고 짧은 글들을 읽어가는 동안... 잔인해 지자,

감정에 냉혹해 지자를 주문 외우듯 되뇌며

끝까지 다 읽었습니다. 정독이 아닌 훑어보기로...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마음의 불치병 같은 감응력이긴 한데...

이제야 어렴풋이라도 알 수 있는 건...

글은 슬픔과 따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필요조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주인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해묵은

미니 홈피에 그래도 발길을 하게 되는 것은

슬픔에서 배어 나오는 강한 희망을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소 한아름님, 문성호 님.......

결코 마르지 않는 옹달샘 같은 글의 호수에 발길을 할 수 있었던

인연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틈이 날 때마다 짬짬이 최선을 다해 창작이란 이름으로

이 세상에 그 글들을 퍼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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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a Mouskouri -With my white handkerchief

 

나나 무스꾸리-내 하얀 손수건
내 하얀 손수건을
흔들며 난 작별을 할 겁니다
그리고는 당신이 돌아오도록
난 교회에서 기도할 겁니다

난 석유등에 불을 붙이고
촛불을 끌 겁니다
난 내 눈을 감고
당신의 꿈을 꿀 겁니다

지금 당신은 슬프고
말 한마디 없네요
여행하는 철새는
저 멀리 섬 위로 (날아가는데)

당신의 두 입술은
나의 비밀스러운 밤 친구였지요
내 별님에 맹세하고
여기에서 빼앗아가지 마세요

내 선물은 조개껍질이었죠
당신의 손에 있는...
다음 여름까지 계속 간직하라고...
내가 당신을 다시 만나는...

지금 당신은 슬프고
말 한마디 없네요
여행하는 철새는
저 멀리 섬 위로 (날아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