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보다 낯선 사랑/♥아름다운 동행

저공비행/장석주<몽해항로>중에서ㅣ붉은 노을/이문세&빅뱅ㅣ그리움보다 낯선 사랑

Blue 탁이 2018. 9. 9. 23:26

저공비행  /장석주 詩ㅣ담은이 '블루 탁이'

 

저공비행  /장석주

 


황사가 덮친 뒤
지붕들은 실의에 빠졌다.

먼산들은 조금 더 멀어지고
먼 바다에는 파랑주의보가 내려진다.

 

실의는 너희들 것이 아냐.
꽃을 비싸게 팔아 보려는 자들의 것.

태양계에서 명왕성이 퇴출당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며 국정원장은 바뀌고
우주선에 탑승할 한국인도
이소연씨로 교체 되었다.

 

코트를 벗는데 단추가 떨어진다.

무심코 마당 한 귀에
떨어져 있는 새똥들.
작년의 새들은 오지 않고
수 천년을 흐르던 물길이
바뀌리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흐름을 바꾸려는 자들이 돌아온다.

나는 강까지 걷던 습관을 버렸다.

 

옆집에서 며느리가 아이를 낳은 모양이다.

아기들은 습관의 동물들이다.
배고프면 울고
기저귀가 축축해지면 또 운다.
목욕과 이야기와 젖만이
그 울음을 달랜다.
모든 습관은 무섭다.

 

모란꽃이 피는 이 세상은
태어나는 자들과 죽은 자들이
임무를 교대 하는 곳,
기일(忌日)들은 언제나 빨리 돌아오고
기일을 남긴자들은 서둘러 잊힌다.

 

어제는 아버지 일곱 번째 기일이었다.
나는 기일에 납골당을 가는 대신에
아버지가 말년을 보낸 성북동엘 다녀왔다.

옛 성곽 아래 가파른 골목길을 오르며
남의 집 마당을 들여다 보고
빨랫줄에 걸린 빨래들이 잘 마르는가를 염려했다.

 

기일 저녁에는 면도를 하고
정종 파는 집에 가서 정종 석 잔을 마셨다.

동생들은 연락이 없고
내 슬픔은 미적지근했다.

 

미국 경기 침체가 본격화 하리라는 소식에
어제 코스닥은 맥을 못 추고 급락했다.

페놀이 섞인 강물에서 죽은 고기들이 뜨고,
대운하로 한몫 챙기려는 자들이
사업 구상에 골몰하는 이 밤,

 

빈 깡통을 차서 어둠 저쪽으로 날렸다.

깡통에 맞고 어둠 한쪽이 일그러진다.

판자들은 삭고 판자에 박힌 못들은
붉은 땀을 흘리며 세월을 견딘다.

 

조카 딸년과 당신과 사철 나무는 푸르고,
이쁜 것들은 다 푸르다.

나는 뻔번한 자들과 연루 되었다.

용서하는 자가 아니라
용서 받아야 할 자다.

푸른 것들만 무죄다.
푸른 것들의 계보에 속하는
당신 속에는 암초와 법칙들이 자라난다.

나를 용서 할 수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 할 수 없다.

 

매화와 산수유가 찬바람 속에서
꽃눈을 준비하는데
황사로 개화는 며칠 더 늦춰진다.
기어코 조카애의 초경이 터진다.

 

-장석주 시집<몽해항로>중에서-

 

 

 

정말 글 잘쓰는 문호들이 많지만, 특히 장석주'님의 저공비행을 읽다보면 나는 일단 기부터 죽습니다.

이미 몇해전에 포스팅으로 담아왔던 글인데...그당시에는 키가 될 수 있는 문장만 간추려서

이미지와 함께 준비했었고, 오늘 비로소 본문 전체를 다시 포스팅에 담아 봅니다.

 

원문이 없어서 검색에 의존해야 했는데...네이버, 다음 모두 뒤져보아도 내 블로그를 포함해서

딱 두 군데가 뜨더군요...내 블로그를 제외한 그 한군데에서 타이핑해 온 글입니다.

그곳 역시 드래그를 막아 놓았기 때문이었지요.

 

일반 서정시로 분류 하기에는 장편 서사시와 같이 엄청 긴 시'이므로

사람들이 포스팅을 별로 안한것 같았습니다.

장석주 시인'역시 문성아'님을 통해서 알게 된 시인인데...

우리 문성아'님은 수 년동안 그 어떤 댓가나 그에 상응하는 보상도 없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의 미흡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 정말 고마우신 님입니다.

문성아'님의 사랑이 담뿍 담긴 내조에 힘입어 그동안 이렇게라도 끌어왔지 싶네요.

내가 바람둥이만 아니라면,결혼해 달라고 포르포즈라도 하고 싶은 님이십니다.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장석주'님의 심오한 글과...문세형의 저녁노을'에 어우러져

잠시 쉬어 가실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장석주'님의 저공비행 첫 포스팅 링크

 

 

 

 

이문세 - 붉은 노을 (1988年)

 

 

 

 

이문세 붉은 노을 (2009 콘서트)

문세형도 차암...주책 스럽게시리...그래서 넘 이'뻐^^

 

[MV] 빅뱅- 붉은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