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호 136

산수유 나무 아래서/곽재구ㅣ영원한 나의 사랑/김희진ㅣ그리움보다 낯선 사랑

산수유나무 아래서 곽재구 연화리 시편. 8 꽃뱀 한 마리가 우리들의 시간을 물고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바람이 보라색과 흰색의 도라지 꽃망울을 차례로 흔드는 동안 꼭 그만큼의 설레임으로 당신의 머리칼에 입맞춤했습니다 그 순간, 내 가슴 안에 얼마나 넓은 평원이 펼쳐지는지 얼마나 아름다운 색색의 꽃들이 피어나는지...... 사랑하는 이여, 나 가만히 노 저어 그대에게 가는 시간의 강물 위에 내 마음 띄웁니다 바로 곁에 앉아 있지만 너무나 멀어서 먹먹한 그리움 같은 언제나 함께 있지만 언제나 함께 없는 사랑하는 이여, 꽃뱀 한 마리 우리들의 시간을 물고 어디론가 사라져 돌아오지 않습니다 담아준 님ㅣ 2014/4/14(월)/벨 에포크 ========================= 크루시픽스 크릭 - 평행세계 =..

방문객/마종기 詩ㅣ터보/투나잇 Tonightㅣ그리움보다 낯선 사랑

방문객 마종기 무거운 문을 여니까 겨울이 와 있었다 사방에서는 반가운 눈이 내리고 눈송이 사이의 바람들은 빈 나무를 목숨처럼 감싸안았다. 우리들의 인연도 그렇게 왔다. 눈 덮인 흰 나무들이 서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복잡하고 질긴 길은 지워지고 모든 바다는 해안으로 돌아가고 가볍게 떠올랐던 하늘이 천천히 내려와 땅이 되었다. 방문객은 그러나, 언제나 떠난다. 그대가 전하는 평화를 빈 두 손으로 내가 받는다. 담아준 님ㅣ2013.12.02/월 :20:32 벨 에포크 바쁜 하루 일과를 마치면 언제나 여유로움보다는 그 여유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 안절 부절 할때가 있다. 그럴때면.... 가벼운 마음으로 게시판의 좋은 글들을 건성건성 읽어 보곤 하는데 그중에서 마음에 와닿는 글을 골라 나름대로..

오버 타임(over time)/문성호 에세이ㅣ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1996년] 코나ㅣ그리움보다 낯선 사랑

over time 문성호 기행 에세이 처음 들어가 본 바다는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올리고 장난치던 파도와는 달리 꿈틀대는 물결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같습니다 그대로 바다에 통째로 삼켜질것같아 무서워서 서둘러 나옵니다 수평선을 향해 헤엄쳐 나가는 그 사람이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같아서 안절부절한 마음을 선글라스에 감추고 파라솔 아래 앉아있습니다 이른 남국의 해수욕장은 한산했고 수영객들은 인기없는 팀의 농구경기 관객처럼 드문 드문합니다 점점 썰물이 나가자 영영 돌아올것 같이 않게 수평선으로 헤엄치던 그 사람이 해안으로 헤엄쳐 돌아오는걸 보고 비로서 조여졌던 마음이 풀리는 듯합니다 물에서 걸어나오는 그의 머리는 물에 젖어 더욱 까맣고 나를 향해 웃어주는 이는 태양보다 더 하얗게 빛납니다 지금 이 순간 인생이 너무..

살구나무 여인숙/장석남 詩ㅣ별,바람,햇살,그리고 사랑/김종국ㅣ그리움보다 낯선 사랑

살구나무 여인숙 장석남 마당에는 살구나무가 한 주 서 있었다 일층은 주인이 살고 그 옆에는 바다 소리가 살았다 아주 작은 방들이 여럿 하나씩 내놓은 窓엔 살구나무에 놀러 온 하늘이 살았다 형광등에서는 쉬라쉬라 소리가 났다 가슴 복잡한 낙서들이 파르르 떨었다 가끔 옆방에서는 대통령으로 덮은 짜장면 그릇이 나와 있었다 감색 목도리를 한 새가 하나 자주 왔으나 어느 날 주인집 고양이가 총총히 물고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살구나무엔 새의 자리가 하나 비었으나 그냥 맑았다 나는 나왔으나 그 집은 그냥 맑았다 -제주에서 달포 남짓 살 때 -(시의 부제)/ 담아준 님ㅣ2016/01/16 ㅣ15:27:03 벨 에포크 ==========================================================..

브루스 리듬을 타고 흐르는 밤/문성호 에세이ㅣ이종현-내 사랑아ㅣ그리움보다 낯선 사랑

브루스 리듬을 타고 흐르는 밤 문성호 에세이 비가 오면 사방이 막힌 방안에 앉아 있는기분이 된다 빗줄기가 셀수록 그 벽은 더 두꺼워진다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떠오르는 생각들을 들여다 보는 일 뿐이다 스테이지 한켠에서 파트너도 없이 눈을 감고 브루스 리듬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추고 있던 한 사람 눈을 감고 진지한 표정으로 리듬을 탈때마다 약간 곱슬한 머리칼이 어깨위에서 살랑거린다 그 사람을 본 것은 처음 간 나이트 클럽에서 였다 공부에는 취미가 없었지만 '범생'이었던 나는 스무살이 넘어서 직장 회식에서 처음 나이트 클럽이란 델 가봤다 그 나이트 클럽이란 곳의 첫 인상은 시끄럽다'였다 동료들은 익숙하게 술과 안주를 주문하고는 스테이지로 우르르 나가면서 쭈뼛거리는 나를 끌고 나간다 모두 둘러서서 즐..

백년 동안의 가을 /박정대ㅣ폼페이 최후의 날'을 보고...ㅣ거미/죽어도 사랑해ㅣ그리움보다 낯선 사랑

백년 만에 가을이 왔습니다 그 가을을 뒤따라 온 노을은 몇억 년 만에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강물 속으로는 어제 본 듯한 새들이 날고 있습니다 바람에 떠밀려 간 어제는 이미 아득한 전생입니다 물속의 새들은 젖지도 않고 가벼운 깃털로 이 生涯를 경쾌하게 건너갑니다 나는 내 눈동자의 카메라로 기념 사진 한 장, 박아둡니다 시간이 캄캄하게 익어가는 동안 인화되지 않은 어둠 속에는 나뭇잎 족장의 얼굴도 보입니다 물방울 속에서 물방울 속으로 그 자욱한 안개의 길들을 지나 내가 모르는 다른 길로 백년 만에 가을이 왔습니다 1965년 강원도 정선에서 출생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0년 『문학사상』에 외 6편의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 김달진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수상 현재 『목련통신』편집장으로 활동중 답답..

오늘/심재휘 詩ㅣ오랜 방황의 끝/김태영 노래ㅣ그리움보다 낯선 사랑

오늘 심재휘 한 그루의 느티나무를, 용서하듯 쳐다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얼마나 행복한 것이냐 저녁이 되자 비는 그치고 그 젖은 나무에도 불이 들어온다 내가 마른 의자를 찾아 앉으면 허튼 바람에도 펼쳐진 책이 펄럭이고 몇 개의 문장들은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러면 길 위에 떨어진 활자들 서둘러 주울 때 느닷없이 다가와 말을 거는 수많은 어둠들 저 느티나무 밑을 지나는 오래된 귀가도 결국 어느 가지 끝에서 버스를 기다릴 테지 정류장에서 맞이하는 미래처럼 서로 닮은 가지들의 깜박거리는 불빛 속마다 조금씩 다른 내가, 조금씩 다른 표정으로 앉아 있을 테지, 벗겨도 벗겨도 끝내 속내를 보여 주지 않는 오늘들 그런 것이다 생의 비밀을 훔쳐본 듯 내게로 온 투명한 하루가, 서서히 그러나 불치병처럼 벗겨지는 풍경을 ..

표면들/장석주(백억년전에 당신은 어디에 있었나요?)ㅣ바비 킴/고래의 꿈

"표면들" - 장석주 지음 - 백억 년 전에 나는 어디에 있었는지 모릅니다. 잘 계시죠? 요즘은 허리가 불편해서 안성 황한의원에서 추나요법 치료를 받았어요. 수련이 피었네요. 지구에는 개구리비도 내린다는군요. 골반 뼈가 틀어진 건 나쁜 자세 때문이랍니다. 고래 떼가 왜 해안가에 몰려와 죽는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진주는 어디서나 반짝이고 침대 밑에는 먼지들이 솜뭉치처럼 굴러다닙니다. 비 온 뒤 느티나무 잎사귀에서 수천 물방울들이 편종처럼 쟁, 쟁, 쟁, 맑은 소리를 내는군요. 아침엔 고등어구이를 먹었어요. 당신이 보고 싶었던 적은 없었어요. 모닝커피는 쓰군요. 낮엔 활엽수림 속에서 마야코프스키를 읽었습니다. 작년의 청설모들이 머리 위로 날아다녀요. 오늘은 우편물이 없었지요. 그 어떤 책도 읽고 싶지 않아..

사랑을 떠나 보내고/문성호ㅣ이선희/연인의 눈물ㅣ그리움보다 낯선 사랑

사랑을 떠나 보내고 문성호 詩 사랑하는 그를 떠나 보내며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넌 내 사랑이 아니었어 그렇게 가슴을 속여보아도 몸안에 있어야할 모든 신경이 떠나간 그를 쫒아 가 버려 여기에 더이상 나는 없게 되었다 2007.02.11 20:41 문성호'님의 [#아비정전사랑은있다]에서 발췌 문성호 작가님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고'를 포스팅에 담아 봅니다. 한때 사랑도 못하는 바보'라고 멸시와 조롱 섞인 비야냥 거림을 퍼 부운적이 있었는데... 이쯤되면... 사랑을 너무 많이 한것 아니냐는 반문을 하고 싶을 정도로 애틋한 사랑의 수필이나 시가 넘쳐 나고 있습니다. "너 이제 알고 보니 엄청난 바람둥이 아냐?"라고 따져 물으면서 질책하고 싶은 충동이 목젖 울대까지 치밀어 오르는 불길을 간신히 가라 앉히..

사곶해안/박정대 詩 ㅣ백령도 절경중에 한곳...ㅣ가을 우체국 앞에서/윤도현ㅣ그리움보다 낯선 사랑

사곶 해안 박정대 고독이 이렇게 부드럽고 견고할 수 있다니 이곳은 마치 바다의 문지방 같다 주름진 치마를 펄럭이며 떠나간 여자를 기다리던 내 고독의 문턱 아무리 걸어도 닿을 수 없었던 生의 밑바닥 그곳에서 橫行하던 밀물과 썰물의 시간들 내가 안으로, 안으로만 삼키던 울음을 끝내 갈매기들이 얻어가곤 했지 모든 걸 떠나보낸 마음이 이렇게 부드럽고 견고할 수 있다니 이렇게 넓은 황량함이 내 고독의 터전이었다니 이곳은 마치 한 생애를 다해 걸어가야 할 광대한 고독 같다. 누군가 바람 속에서 촛불을 들고 걸어가던 막막한 생애 같다 그대여, 사는 일이 자갈돌 같아서 자글거릴 땐 백령도 사곶 해안에 가볼 일이다 그곳엔 그대 무거운 한 생애도 절대 빠져들지 않는 견고한 고독의 해안이 펼쳐져 있나니 아름다운 것들은 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