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곶 해안
박정대
고독이 이렇게 부드럽고 견고할 수 있다니
이곳은 마치 바다의 문지방 같다
주름진 치마를 펄럭이며 떠나간 여자를
기다리던 내 고독의 문턱
아무리 걸어도 닿을 수 없었던 生의 밑바닥
그곳에서 橫行하던 밀물과 썰물의 시간들
내가 안으로, 안으로만 삼키던 울음을
끝내 갈매기들이 얻어가곤 했지
모든 걸 떠나보낸 마음이 이렇게 부드럽고 견고할 수 있다니
이렇게 넓은 황량함이 내 고독의 터전이었다니
이곳은 마치 한 생애를 다해 걸어가야 할
광대한 고독 같다. 누군가 바람 속에서
촛불을 들고 걸어가던 막막한 생애 같다
그대여, 사는 일이 자갈돌 같아서 자글거릴 땐
백령도 사곶 해안에 가볼 일이다
그곳엔 그대 무거운 한 생애도 절대 빠져들지 않는
견고한 고독의 해안이 펼쳐져 있나니
아름다운 것들은 차라리 견고한 것
사랑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에도
그 뒤에 남는 건 오히려 부드럽고 견고한 生
백령도, 백년 동안의 고독도
규조토 해안 이곳에선
흰 날개를 달고 초저녁별들 속으로 이륙하리니
이곳에서 그대는 그대 마음의 문지방을 넘어서는
또 다른, 生의 긴 활주로 하나를 갖게 되리라
<담아준 님ㅣ2015년 10월 20일 ㅣ벨 에포크>
박정대'님의 간단 프로필
1965년 강원 정선 출생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90년 『문학사상』에 촛불의 미학 외 6편이 당선되어 등단
1998년 제 1회 <고대문학 신예작가상>수상
2004년 제 19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 (수상작 “아무르 강가에서" 외 13편)
시집 <단편들><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내 사랑을 말하다>
사곶해안을 밟아 본지도 삼십년이 되었군요.
해병 복무시절...말도에서 백령도로 약 1개월정도 지원 근무를 나갔었지요.
뭍의 때가 묻지 않았던 섬사람들의 소박한 인심...
초소 앞으로 통학을 하던 그 여고생들도 이제 할머니가 되어가고 있겠군요.
즐감하시고, 행복한 날 맞으시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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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우체국 앞에서 ( 윤도현 ) - With 예쁜 가을 풍경
<이 글은2015.10.21 00:40 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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