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만에
가을이 왔습니다
그 가을을 뒤따라 온 노을은
몇억 년 만에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강물 속으로는
어제 본 듯한 새들이
날고 있습니다 바람에 떠밀려 간 어제는
이미 아득한 전생입니다
물속의 새들은
젖지도 않고 가벼운 깃털로
이 生涯를
경쾌하게 건너갑니다
나는 내 눈동자의 카메라로
기념 사진 한 장,
박아둡니다
시간이
캄캄하게 익어가는 동안
인화되지 않은 어둠 속에는
나뭇잎 족장의
얼굴도 보입니다
물방울 속에서
물방울 속으로
그 자욱한 안개의 길들을 지나
내가 모르는 다른 길로
백년 만에
가을이 왔습니다
<담아준 님 /2014.10.13 /21:15:24ㅣ 벨 에포크>
1965년 강원도 정선에서 출생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0년 『문학사상』에 <촛불의 미학>외 6편의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단편들>,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김달진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수상
현재 『목련통신』편집장으로 활동중
답답할 정도로, 혹은 공포스러울 정도로 지루한 세월을 담고
내생과 현생 그리고 전생을 넘나들며 잡히지 않는 그리움의 실마리를 찾는 일...
그로 인해 죽음보다 깊은 적막을 느꼈던 시였습니다.
큰 기대 없이 보게된 영화가 폼페이 최후의 날인데...
경이롭기까지 한 스펙타클함에 주눅이 들었던 영화입니다.
언제 부터인가 나는 영화속의 장면에 너무 동화가 되고 있다는 우려를 느꼈습니다.
불에 타는 장면이 나오면내 손발이 타는듯한 고통을 느낍니다.
고층건물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볼 때면
발바닥으로 피가 몰리면서 현깃증을 느낍니다.
마치 내가 겪는듯한 착각속에 빠진 나머지 감각마저 함께 동화되어
영화속에 사람이 겪는 고통을 내가 같이 느끼게 되는...
특히, 불이란 원소에 심하게 동화되는데...
항상 그런것은 아니지만,타는듯한 고통을 느낄때가 있었습니다.
라스트 모히칸에서 영국장교가 그의 연인을 대신해서
인디언에게 화형을 당하는 장면을 보았을 때,
이글거리는 화염의 혓바닥이 마치 나를 감싸며 타오르는 듯한 전율을 느꼈습니다.
라스트 모히칸이란 영화가 개봉한 지도 이미 수 십년이 지났으니
아주 오래전부터 그런 현상을 겪고 있단 얘기네요.
그다음은 물고문을 당하는 장면을 볼 때...내 허파속으로 물이 들어오고
질식할듯한 고통을 같이 느낀적이 있습니다.
설경구 주연의 박하사탕에서...
그리고,영화 진주만에서 일본 제로기의 기습을 받은 미해군들이 뒤집어진 전함 안에서
간신히 손만 승강기에 내민채 이미 머리까지 차오른 바닷물속에서 아우성 치며 죽어 갈 때...
사람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항에 놓이게 되면 그 심정은 어떨까요?
기적마저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어차피 저항 할수도 없고 저항의 의미마저 상실된 채
받아 들여야만 하는 운명이라면...불가항력으로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실체를 느낄 수 밖에 없을 때라면...과연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뒤짚힌 세월호의 선체 안에서그 어떤 돌파구의 여지도 없이기적마저도 확률이 없는 상황,죽음의 그림자처럼시시각각 다가오는 수마의 잔혹하고 시리도록 차가운 눈빛....그 어린 영혼들은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영화 폼페이의 최후에서 화산의 화염에 죽어가는 두 연인의 영상은 찰라였지만,
그 짧은 순간에 지루할 정도로 길고도 어두운 암흑의 죽음을 체험했습니다.
달리는 말보다 몇 배나 빠르게 덮쳐오는 용암과 불덩어리를 목전에 두고
두 남녀는 더이상의 삶을 포기하고 강렬하게 끌어 안습니다.
그리고, 덮쳐오는 화산재와 화염속에 자신들의 몸을 맞겨 버립니다.
물론,
이것이 이 영화가 의도하는 사상과 시너지 효과의 전부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요.
그당시 로마의 부패할대로 부패한 정치이념과 퇴폐의 한계까지 이르게 되었던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제작된 영화였지만,
이 영화를 관람하면서 가장 전율스러웠던것은
불가항력의 힘으로 덮쳐오는 죽음의 그림자에 노출된 생명이었습니다.
그 순간,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지구의 종말이 불가피하게 찾아 온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과연 무엇일까...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저항없이 죽음을 받아 들이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끌어안고 같이 죽음을 맞이 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만약 그 순간이 정말로 온다고 가정 했을 때
끌어 안고 죽게 될 사랑하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른지...
최후의 순간에 운명을 함께 하고픈 그 사람도 나를 선택해 줄는지...
혹시, 이 포스팅을 읽어 보시게 되는 님들도 한 번 생각해 보시길 바래요
심도 있는 시를 엄선해 올려주신 벨에포크님께 머리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오늘의 포스팅은 이것으로 마칩니다.
발길하시는 고운 님들...항상 건강 유의하시길요.
감사합니다.
위 이미지와 글은 2014.11.23 07:28 에 첫 등록 되었던 글입니다
MV]거미(gummy) 죽어도 사랑해-태양의 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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