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한 그대의 기억 문성호 essay 당신을 생각하면 이제는 흐릿해서 교통사고 현장처럼 윤곽만 뿌옇게 떠오릅니다 인생에 몇 달이나 머물렀던 사람인데 밤마다 바람이 자주 불던 그 해 퇴근길에 데려다 주겠다며 내민 자전거 뒷자리에 처음 타면서 어딜 잡아야할지 어쩔 줄 몰라하던 손 당신을 태우고 가는 날 밤 불 던 그 바람의 온도도 다 생생한데 당신 얼굴은 생각이 안납니다 길에서 당신을 만나도 모르는 타인처럼 그냥 지나가겠지요 아니 위 아래 살면서 소음으로 미워했던 윗층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은 늘 재미있고 무슨 일이든 자신있는 성격은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젊음이라는 마약 때문이었다는 걸 지금은 알았습니다 중독에서 깨어난 세상은 화장도 안한 추하고 뻔뻔 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내앞에 서서는 바닥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