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가 맞지 않는 문이 있다/ 고재종
추상같은 구중궁궐.
종묘 정전의 문짝은 일부러 아귀를 맞추지 않았다 한다.
모셔둔 위패의 혼령이 자유로이 드나들게 하기 위해서란다.
나뭇잎 하나가 흔들리면,다른 나뭇잎이 흔들리고
멧새가 울면 또 다람쥐가 쥐똥만한 눈을 반짝이듯.
서로가 드나드는 것은 애초에 우주의 일.
내가 어머니로부터 배운 말들과
내가 수많은 책들로부터 배운 지식과
내가 이웃들로부터 배운 사회로,나 아닌 나를 살며,
나는 아귀가 꼭 맞는 문을 만들어 달았던 것인데,
가령 이런 경우가 있긴 하다.
말해질 수 없는 슬픔으로 남몰래 눈물을 삼키며,
마른 장작개비 같은 네가 어느날,
곱게 갈아 끓인 잣죽같이 저미고 감싸는 경우.
나는 스스로 문풍지 우는 문이 되고 싶었다.
너의 상처가 나를 드나들며 새로운 영토를 만나는,
그런 목숨을 꿈꾸어 본 적이 있긴 있는 것이다.
나뭇잎 하나가 흔들리니,다른 나뭇잎은 안 흔들리고
뱀이 지나가자 멧새가 푸나무서리에서 튀듯,
내가 애인들로 부터 배운 질투와 증오와
내가 세상으로 부터 배운 상처와 추억과
내가 삶으로 부터 배운 권태와 환멸과
죽음만으로도 문을 닫아 걸고선
나의 고독을 우겨댔던 것인데
추상같은 호령도 꺽지 못한,사당의 혼령이란 것도
사실 버리고는 갈 수 있으나 놔두고는 갈 수 없었던
사무치는 마음 아니겠는가.
그 마음 못 다하여 이 지상의 아귀가 맞지 않은 문으로
가끔씩 사무쳐서 드나드는 그리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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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윗시가 생각났습니다.
내 창의 그 크기만큼만 소유를 허락하는
내 하늘을 마냥 쳐다봅니다
그다지 멀지 않는 곳에 있는 '그녀'도
지금 이순간 나와 동시에
저 하늘을 바라봤음 좋겠습니다
3월의 봄 하늘이 너무 그립습니다
소라님 .......
가능한 한 귀쫑긋할려고 무단히 노력합니다
<<허각 - 향기만 남아>>
2016/02/04 16:05:02 은이네 우체통'올림
★굉장히 어려운 말 같지만,좀더 집중해서 한 줄씩 읽어가다보면
그다지 어려운 말도 아닌것 같습니다.
아귀가 맞지 않는 문...
난 여기서 이 말을...이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너무 완벽하게 포장하고 지키려 하지마라.
약간의 틈과 헛점,빈틈을 조금씩은 열어 놓아라
누군가의 마음이 드나들 수 있을 만큼이라도...
위 고재종'님의 글은 이미 2016년 02월에
그대만의 모닝'님이 러브스토리'의 게시판에
신청곡과 함께 했던 글 같은데...
이미 포스팅으로 작성했으나
가수 카테고리에 묶어서 올렸었기에
그곳은 문짝이 너무 안맞는듯 하여
새로이 정비해서 오늘 날짜로 업데이트 합니다.
향기만 남아/'허각
blog.daum.net/anitaki/16878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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