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한 그대의 기억
문성호 essay
당신을 생각하면 이제는
흐릿해서 교통사고 현장처럼
윤곽만 뿌옇게 떠오릅니다
인생에 몇 달이나
머물렀던 사람인데
밤마다 바람이 자주 불던 그 해
퇴근길에 데려다 주겠다며 내민
자전거 뒷자리에 처음 타면서
어딜 잡아야할지
어쩔 줄 몰라하던 손
당신을 태우고 가는 날 밤
불 던 그 바람의 온도도
다 생생한데
당신 얼굴은 생각이 안납니다
길에서 당신을 만나도 모르는
타인처럼 그냥 지나가겠지요
아니 위 아래 살면서
소음으로 미워했던
윗층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은 늘 재미있고 무슨 일이든
자신있는 성격은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젊음이라는 마약 때문이었다는 걸
지금은 알았습니다
중독에서 깨어난 세상은
화장도 안한 추하고 뻔뻔 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내앞에 서서는
바닥이 보이는 자신감마저
뺏어 가려고 합니다
오늘 내가 쯧쯧쯧 하며
눈을 흘겼던 사람 냄새 빽빽한
연립 주택 현관 입구의
수거딱지가 붙어있지 않은
대형 쓰레기를 버린 사람은
세월에 몰라보게 변한
안쓰러운 얼굴의
당신이었습니다
그래서 퇴근했을때도 현관입구에
우두커니 서 있는 쓰레기가
더이상 밉살맞지가 않습니다
<2013.05.19 02:10 성호 적다>
가수 The one'에 대해서 좀더 상세히 알고 싶은 님이 계시면
위 이미지속의 소피마르소'를 클릭하시면...
새창이 뜨면서 더원의 페이지가 나올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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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작가님의 수필로 또 한페이지를 늘려갑니다.
잠시라도 잊혀져가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선명한 기억까지는 힘들더라도 한번쯤
지나간 사람들에 대해서
좋은 기억이든,나쁜 기억이든
사랑했던 사람이든 ,미워했던 사람이든
잠시라도 떠 올려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The one-사랑아
이 노래를 좋아하기 시작한 건 아주 오래전인데...
나와 동생 둘이서만 성묘를 가던 어느해의 설날 아침...
때늦은 눈발이 초야를 온통 뒤덮었던 해였는데...
그 당시로서는 그나마 최신형이라 할 수 있는
동생의 애니콜 폴더폰에서 이 곡이 흘러 나오더군요.
사랑아~이 부분부터 벨소리 설정이 되어 있었습니다.
나보다 아홉살이나 어린 막내였는데...
[하...이 녀석도 노래 취향은 나와 비슷하구나...
나보다 한 세대 전 녀석이라 다를줄 알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직 날이 덜 밝은
새벽 눈밭길을 걸어갔던 기억...
그 후로 이 곡을 들으면 동생이 그리워집니다.
통화마저도 일년에 한 두번 하는 정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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