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낭송인 CJ 고요 ㅣFROM. 신청인 '별빛 산책' 그녀에게 전화를 받는 순간 나는 핸드폰을 떨어 트리고야 말았다. 수 십 년이 지나도록 늘 가슴 한편에 자리한 채 미열처럼 남아있던 첫사랑 그녀...... 언제나 샴푸의 요정처럼 나부끼는 머릿결을 쓸어 올리며 물기가 반짝이는 눈동자로 붉게 타는 노을을 바라볼 때면 신비로운 꽃잎이 주위를 에워싸곤 했었지 한 손에는 박목월 님의 시집이 항상 들려 있었을 거야 러브스토리에 나오는 알리 맥그로가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영화를 보다가 오열을 삼키듯 입술을 깨물며 가늘게 떨리던 그녀의 어깨를 난 오래도록 가슴에 서지 울 수가 없었어. 달콤하기만 했던 우리의 사랑이 채 무르익기도 전에 우리는 딱히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서로에게 낯선 감정이 되어갈 무렵 난 입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