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우체통아 /taki 노을빛에 물든 빛바랜 우체통을 본 적이 있다 빨간색이었는지 주황색이 맞는건지 아니면 균열된 위장 무늬였는지... 그렇게 세월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태고의 적막처럼 침묵마저 삼켜버린 바위처럼 처연하리만치 수척한 모습으로 도시 한켠의 어느 이름모를 골목 앞에 유령처럼 말없이 둥둥 떠 있던 쓸쓸한 우체통 저 침묵하는 우체통의 눈을 통해 그녀의 편지가 내게 찾아 오곤 했었다. 지금은 조각조차 맞지 않는 꿈결처럼 희미한 기억이 되었어도 촉촉한 소년의 눈에 콩당거리는 가슴으로 읽혀지던 간절하고 애틋했던 첫사랑의 소망보다 설자리를 잃어버린 우체통의 퀭한 눈이 인생의 중반에 이른자의 가슴을 마른 기침으로 쿨럭이게 한다 돌처럼 서서 잠시 어루만지는데 우체통의 차가운 살갗에서 전해져 오는 사랑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