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보다 낯선 사랑/♣Blue 탁이 詩 낭송

시낭송ㅣ사랑/김용택 님 詩ㅣBlue 탁이(낭송&제작)ㅣ편지 형식의 애틋한 사랑 시ㅣClaude Ciari - Le Premier Pas

Blue 탁이 2021. 1. 9. 13:29

 

영상 제작/Blue 탁이

시낭송/Blue 탁이

 

♣사랑 / 김용택'님 詩

♣시낭송을 부탁한 님 / 고향의 친구

시를 좋아하는 친구인 줄은 몰랐는데...

그리고 내 블로그를 드나드는 것도 몰랐는데...

♣사용음악/Claude Ciari - Le Premier Pas(연주곡)

♣편집 매핑 영상/애니 일러스트(日)

 

 

사랑

김용택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보면
당신도 이 세상 하고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참된 아픔으로
세상이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 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던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둘인 참 좋았습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김용택 님의 시는 좋아하는 웹 친구들이 있어서

포스팅으로도 몇 년 전부터 담아왔었는데

친구의 요청이 있기에 시낭송으로 준비했습니다.

김용택 님은 예쁜 시도 어울리지만 그보다는...

스케일이 방대한 시를 발산해 내는 메가톤 급 시인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친구가 요청한 시'가 김용택 님의 것이라서

많이 놀라고 잠시지만 당황했었습니다.

 

고향의 어릴 적 친구들을... 불알친구라고들 지칭하지요.

딱 좋은 표현 같습니다.

다른 단어들은 왠지...너무 학술적으로 들리거나 저급한... 혹은,

외설적으로 느껴지는데...

불알...참 좋은 단어 같습니다.

우리 어릴적 고향 친구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신체의 생물학적 구성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변변한 수영복 한 벌 있을리 만무한 두메나 산골에서

도시의 아이들이 부럽지 않았던 놀이가 꽤 있었는데

그중에 물놀이 만큼은 천국도 부럽지 않았지요.

사내 아이들은 홀딱 벗고 수영을 즐겼고

여자들은 멀지 않은 저수지 위쪽에서 팬츠나 짧은 치마를 입고

물놀이를 하거나 수영 연습을 했습니다.

그런데...

여자 아이들은 물놀이를 마치고 나면 항상...

옷을 다시 입을 때가 문제였지요.

물에 온통 젖어버린 팬츠 때문이었는데...

가까운 뽕나무 밭이나 보리밭 밀밭 등에서

팬츠의 물을 짜내고 입어야 했습니다.

 

 

그 어린 나이에 무엇이 볼 게 있다고...

여자 아이들이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을 때가 되면,

그것을 발견한 사내 녀석중 하나가...

"야 지지배들 뽕나무 밭에 들어가서 옷 갈아입는다"라고 신호를 주면

다 같이 낮은 포복으로 기어가서 훔쳐볼 때가 있었지요.

그러므로 고향 친구들은 비밀이 없었고

비밀스러운 특징까지 알게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하기에 수 십년을 만나지 못하고 지내는 경우에도

만나게 되면 세상의 그 어떤 대상보다도 편안하고 즐겁습니다.

고향의 어릴적 친구가 요청해 올 때... 별로 내키진 않았지만,

한 번 시도해 보기로 했고,

간신히 영상 한 편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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