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보다 낯선 사랑/♧나의 인생 메모

집 옥상에서의 전원 생활/지난 2월의 덕유산에서ㅣQueen - Love of my life (1975)

Blue 탁이 2018. 4. 1. 21:47

옥상에서 재미로 짓는 농사


집을 지금의 빌라로 이사 오면서 3년동안 쓰레기로 쌓여있던 옥상을 

청소하고 야채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첫 해는 시행착오와 병충해에 대비를 못해서 

고추 농사와 호박 농사를 망쳤지만,

작년 부터는 오이를 심어 일년내내 

오이가 남아 돌아 잘 모르는 빌라 이웃에게도 

나눠 줄 정도로 많은 수확을 거두고 있는데...


수확보다는 회사를 오가며 잠깐씩 물도 주고 

열매가 열려서 커 가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역시 난 농사꾼의 피가 진하게 흐르는,

언젠가는 고향에 돌아가 농사를 지어야 할 운명이란 생각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강하게 드는것 같습니다.

일개 촌부로서 집앞 조그만 텃밭에 

채소와 나물 농사를 지으며 노년을 살아간다는 것...

그건 내가 현실적으로 꿀 수 있는 

가장 행복한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네요.


호박은 탄저병에 일단 걸리면 더 이상 손쓸 방법이 없더군요.

그럴때는 차라리 호박을 넝쿨채 걷어내고 

다른 작물을 심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잎마름병보다 더 무서운것이 호박의 탄저병인데...

약이 없는건 아니지만,

농약 냄새가 심해서 이웃이 밀집되어 있는 

서울에서는 난감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작년부터는 호박보다는 오이를 심었는데 

모종 세 모로 수 백개의 무공해 오이를 

수확 할 수가 있었습니다.

다만,줄기가 뻗어 나갈만한 공간이 

충분치가 않은것이 단점이긴 하지만,

바인더 끈으로 그물을 만들어 주니 

몇 일만에 덩굴로 밀림을 만들더군요.

해바라기도 옥상의 그림이 심심해서 심었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지

키는 잘 크지 못했지만,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 방향을 

바꿔가는 해바라기를 지켜 보는 재미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습니다.


방울토마토는 한 번 열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가을 까지는 

옥상에 담배 피우러 올라갈 때마다

한 주먹씩 따 먹는 재미가 쏠쏠한데...

방울 토마토는 가지 치기를 잘 해 주어야겠더군요.


가지 치기를 안하면 자기네들끼리 

영역 싸움을 하느라 그런지 

새로운 줄기만 계속해서 뻗어내다가

결국 열매는 익기전에 말라 죽어 버리더군요.

결국,선택된 가지만을 남기고 모두 솎아 내 주어야 

열매가 더 잘 열리고 빨리 크고 맛도 좋습니다.

사람도 농작물처럼 솎아 낼 수만 있다면...

올 봄에도 채소 농사를 지을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상추,고추,토마토,오이를 집중적으로 재배할 생각입니다.

거름 걱정은 안해도 되더군요.

우리애들이 옥상에 데려가면 꼭 응가를 하는데...

햇빛에 잘 말렸다가 묘목을 심기전에

깊이 파고 거름으로 사용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정말 잘 자라는데...


옆집에서 나와 같은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아저씨가 

내게 잘 자라게 하는 비결이 뭐냐고 물어본적이 있을만큼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농사가 잘 되고 있습니다.


어려서는 부모님의 농사일을 거드는 일이 그렇게도 싫었었는데...

가지치기도하고 물도 주다보면 회사가 가기 싫을 정도로 재밌네요.

여러분들도 작은 공간이라도 있다면 주저마시고 심어 보세요. 

식물은 거짓말을 못한다 하더군요.

정성을 쏟은만큼,노력한 만큼 

반드시 보은을 해 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지난 2월 24일 설레임과 기대를 안고 찾아간 덕유산...

하지만,

덕유산의 설경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를 놓친것 같았습니다.

너무 늦게 찾아 간 것이라고 

산꽤나 섭렵한 동료가 말 해 주더군요.


아직 눈은 남아 있었고 향적봉까지 이어진 길위에

 눈이 반쯤 녹아서 그런지 많이 미끄러웠습니다.

등산용 점퍼를 중간에서 후두티로 갈아 입어야 할정도로 

날씨도 포근했습니다.

덕유산에 가면 사진도 많이 찍고 영감도 많이 얻어서 

산행 후기를 멋지게 포스팅으로

준비해 보려 햇지만,

시기도 늦었고, 의욕도 없더군요.

기대한것만큼 감동을 받지 못했던 산행이었기 때문인듯 합니다.


서울에 벚꽃이 눈을 뜨기 시작하는 봄이 되어서야 

덕유산에서 찍은 사진 몇장이라도

함께 담아봅니다.

다음 덕유산을 찾을때는 좀더 추운 시기를 택해서 

사람들이 절경이라 감탄하는 그 설경을

만끽해 보려 합니다.

덕유산 산행중에 못다한 아쉬움은 

다시 찾아올 겨울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어제 오후에 일을 되는대로 술렁술렁 마치고 

회사 베란다에 겨우내 세워 두었던 MTB에 먼지를 털어내고

WD 40으로 체인을 소제하고 패드팬츠를 등산복 바지속에 입고서 

제작진을 피해 회사를 빠져나와

일하면서도 내내 머릿속에 가득하던 자전거 패달을 밟아 

안양천을 타고 한강으로 나와 하남시에서 턴해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그래도 일이 걱정되어 

회사를 거쳐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습니다.

돌아와서 다음(daum) 블로그에 접속해보니 ...

생각보다 너무 많은 님들이 다녀가셨더군요.

몇일째 포스팅을 준비하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불성실한 블로거에게 발길을 해 주신 

많은 님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늘 오후가 다 되어서야 눈을 떠 옥상에 올라가 보니 

백목련이 눈부시게 그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얼른 급한대로 카메라폰으로 몇 장 찍어 보았습니다.

꽃이 피기전에는 옥상에서 내려다보이는 

나무 몇 그루가 어떤 나무인지도 사실은 몰랐거든요.

잔가지를 모두 잘라내여 기둥만 남아있는 나무에서도 

목련은 자신의 무게를 감당하지도 못할만큼

의연하게 세월을 비웃으며 봄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안양천 가는 길 쪽 작은 공원에 묻은 짱이에게 밑가지에서 피어난 

목련 몇 송이를 따서 들고

또다시 자전거 패달을 밟았습니다.

소나무 밑 평평한 짱이의 묘...

십년을 같이 사는동안...

단 한번도 살갑게 굴지 않았고 갖은 잔병 때문에 

천문학적인 금전적 손해를 입긴 했어도

그 십년...

함께 했던 십년이 내게는 너무나 큰 존재감이 되어 남아 있습니다.

짱이가 묻혀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바위에 앉아 

담배 몇 까치를 죽이고 나서

다시 자전거 패달을 밟아 안양쪽으로 지쳐 갔다가 

집에 돌아오니 저녁 8시가 넘었더군요.


공감이 어떤것인지는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알게된 후로 내 취향과는 동떨어진 

너무 진지한 글을 쓰다보니 재미를 별로 느낄 수가 없더군요.

당분간은 공감을 닫아놓고 포스팅을 하려고 해요.

심리적인 부담도 될 뿐더러 

여러 얌전하신 블친님들이 본다고 생각하니 

내 멋대로 하기가 꺼려지더라구요.

난 덜렁거리면서 내멋대로 휘갈기는 글이 재밌는데...

오늘도 많은 발길을 해 주신 고운님들 감사합니다.

행복한 저녁 되시고 고운꿈 꾸시길...


Queen - Love of my life (1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