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보다 낯선 사랑/♥아름다운 동행

가을이 풀어내는 색깔/관석 박영오 화백 에세이ㅣ한스밴드-선생님 사랑해요ㅣ그리움보다 낯선 사랑

Blue 탁이 2017. 10. 12. 09:36

 

가을이 풀어내는 색깔

박영오 에세이


어제 벚꽃피는 봄인가 했는데
그새 가을이 깊어갑니다.
철마다 그 계절을 대표하는 색깔이
 따로 있는 듯 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매일 같은 시골길을 지나서
중등학교로 출근을 했습니다.

이른봄에는, 회색의 무채색에서
보일 듯 말 듯 한 연두색을 풀어내고
다시 조금 조금씩 짙은 색으로 칠해 가는
그 미묘한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즐겁습니다.
 
여름은 오히려 푸른색, 녹색으로 덧칠 해버려
각각의 식물이 갖고 있는
다양한 개성이 짙은 녹색 속에 감춰버리고 말더군요.

지금처럼 가을은 겨울이 오기 전에 자신 속에 잠재된
모든 색을 풀어내려 하는 듯 온갖 꽃과 색깔로
자신을 나타내더군요.

식물속에 연두색이나 녹색 하나 뿐인 줄 알았는데,
저 생명 속에 어찌 저런 색이
숨어 있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가을이 자랑하고 있는 색깔을 바라보다 보면,
참 자연이 위대하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빨강, 노랑, 주황, 보라, 고동 등등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색깔이 가을의 숲에 모두 다
존재하고 있습니다.
겨울 숲의 무채색 속에 가을의 이 화려함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사람도 숲의 색깔처럼 다양한 잠재적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작년까지 교사로 근무하면서
여러 학생들을 가만히 지켜보면,
똑 같은 교복 속에 겨울나무의 무채색처럼
비슷비슷한 것 같지만
그 속에 다양한 색깔이 숨어있더군요.
 
교사의 역할은,
학생 스스로 자신 안에 잠재된 색깔을 찾아내는 것을 도와,
가을 숲의 다양한 색깔처럼 각각의 자신을 드러나게 하고
표현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가을이 점차 깊어가며 자신 속에 잠재된
모든 색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소나무 2017.10.07 07:15 산수화 화첩 기행중에서...담아옴>

 

추석이란 우리 민족의 대명절을 보내고 처음으로 준비해 보는 포스팅입니다.

붓끝으로 자유 분방한 자연을 그려 내면서도 왠지 모를 교육자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던 박영오 화백님의 글들이었는데...

좀더 옛날로 돌아가 차분히 읽어보면서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알것 같기도 했습니다.

박영오 작가님은 오랫동안 교육계에 몸담고 계셨더군요.

우리세대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그러했듯이 한 명을 잃고도 6남매나 되는 비교적 많은 형제들 중에 4명의 형제들이

아직도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분위기속 필자로서는 일단 선생님이란 명사에 대해서 외경심이 드는것은

어찌 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아직 맡은 전공과목까지는 파악을 못했지만,그와는 무관하게 아주 인기가 많은 선생님'이었으리란 나름대로의 추측을

해 보았습니다.

전공 지식 이외에 그림을 잘 그린다는 사실은 학생들에게 굉장한 메리트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수필'이라는 쟝르라고는 하더라도,흐트러짐없는 단초로움이라든지,

읽는 사람의 연령대나 지식정도에 상관없이 이해하기 쉽도록 난해하지 않은 문체로 써 내려간 박영오 작가님의

수필속에는 따뜻한 휴먼적 감성이 짙게 드리워져 있을것이기에 읽을 때마다 항상 잔잔한 감동을 받아왔는데...

그 글들중에서 이 계절에 놓치면 안될것 같아 이 글을 우선적으로 담아 왔습니다.

박영오 작가님은 포스팅을 작성하는 매 페이지마다 본인이 직접 그린 산수화를 함께 하기 때문에

글에서 얻어지는 내추럴한 감성의 시너지가 더 커 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조용한 발길로 찾아주시는 고운 님들...

함께 감상하시고 이 마지막 남은 가을의 숨결을 한껏 들이마시며 잠시 세상의 시름을 잊어 보기로해요.

감사합니다.

 

한스밴드/선생님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