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보다 낯선 사랑/♥아름다운 동행

그해 여름/김용택 詩ㅣ望春風(망춘풍)/童麗(동려﹚Watching at Spring Windㅣ그리움보다 낯선 사랑

Blue 탁이 2017. 8. 31. 23:57

 

그해 여름

김용택

 


공중에서 제비들이 사라진 지
오래 되었다.
그 해 여름 매미는 일생이 비였고
날지 못한 하루살이도 일생이 비였다.


기가 막힌 숲은 비를 받아 내리며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산딸기들은 단내를 잃은 채 젖은 얼굴로 땅에 떨어졌다.
다리 젖은 개미들은 긴 여행의 집을 수리하지 못했다.
귀뚜라미들은 음유를 잃고
나의 방 창호지 문에 들이친 비가
방으로 들어오려는 순간의 달빛을,
문밖에 세워두었다. 문이 무거워졌다.


강기슭의 방에 갇혀 있던 나의 시는
풀잎을 타고 떠내려 오는
어린 초록 메뚜기 손을 잡고
가까스로 나룻배의 무거운 손님이 되었다.


팅팅 부은 달팽이들의 퀭한 분노의 눈빛들
술꾼들에게 쫓겨나 처마 밑에 누운 수척한 우산 속의 빗줄기들,
어머니는 기둥 끝에 닿은 강물을 피해 캄캄한 밤 집을 떠났다가
강물이 잠깐 물러가면 젖은 빨래들을 짜며 귀가했다.


행적이 묘연한 이상한 지구의 그 해 여름
비. 비가 새는 집, 이 모든 것들은 제 몸에 실은 범람한 강물은
내 친구의 집 마당을 지나 안방 현관으로 들어가 신발을 가져갔다.
맨발로 물 쓴 고추를 따러 간다.
농부들의 발이 굼벵이처럼 땅속에 묻힌다.
어둔 땅속에서
칠년을 기다렸다가 일주일을 살다 간
날개 젖은 매미들은 일생이 비였다.

 

담아준 님ㅣ2017/08/08 16:18:27 벨 에포크(부주)

 

본격적인 집중력을 발휘하기 전에 이 블로그이 부주이신 벨 에포크'님이 추천해 주신 시를 포스팅으로 준비했습니다.

벨 에포크'님은 포스팅에서도 여러번 반복해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천사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닌, 혼탁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진정한 가치를 보여주는 참다운 사랑의 메시아'라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길게 누릴 수 없는 가을밤의 이 쾌적함이 아쉽지만,어쩌겠습니까...

다가 오는 또 다른 계절에서 좋은점을 발견하고 만족하는 타협을 시도 할 수밖에요.

좋은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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望春風﹙童麗﹚Watching at Spring Wind

 

 

望春風 - 一青窈 Hitoto Yo Live (커버곡 라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