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보다 낯선 사랑/♣나의 낙서 노트

고무줄 놀이의 추억/블루 탁이ㅣGreen Green Grass Of Home - Tom Jones/조영남ㅣ그리움보다 낯선 사랑

Blue 탁이 2017. 7. 27. 05:42

 

 

 

고무줄 놀이의 추억/블루 탁이_유년기의 추억 에세이_


유년기의 떠오르는 추억중에
빼놓을 수 없는것이
내게는 공기놀이와 고무줄 놀이였다.


공기놀이는 하다보니 솥걸기도 가끔 성공하고
알낳기도 어느정도 모양세가 나오는데....


도데체가 고무줄 놀이 만큼은
애초부터 여자에게만 맞는 놀이였나보다.

"뒷동산에 할미꽃 가시돋힌...."
에서 어김없이 걸리고 만다.


산골 중에서도 외딴집이었고
비록 형제가 많긴 했지만
모두가 공부 벌레들이라서
나와는 놀아주지 않아
나의 유년기는 많이 외로왔다.


그런 연유인지는 몰라도
나는 나보다 사흘 먼저 태어난
이웃집 정숙이의 고무줄을 잡아주면서
어린시절을 보냈었던것 같은데..

.

한쪽의 고무줄 끝은 은행나무에 묶고
다른 한쪽은 언제나 내가 잡아 주었다.

 

처음엔 발목부터 시작해서
무릎,허리,겨드랑이,어깨
자꾸 높아지다가 나중에는 까치발을 서서
최대한 팔을 들어 고무줄을 높였는데,
그게 고무줄놀이의 가장 마지막 단계였었던것 같다.


그 단계에서는 물구나무를 서서
고무줄을 발끝으로 잡아 채는데,
나는 바로 그 한 순간을 위해서
초인적인 인내로 고무줄을 잡아 준것 같다.


정숙이가 물구나무를 설 때면
펄럭이는 치마자락사이로 보일듯 말듯한
그 계집아이의 딸기무늬 팬티가 지나가곤 한다.

 

나는 그것을 훔쳐 보는것이 좋아서
하루 종일 고무줄을 잡아 주었는데

아~그것이 어찌 눈치를 챘는지...
어느날 부터는 옷삔으로 앞과 뒷쪽을 찝어서
치마를 바지처럼 만들어 입고 고무줄놀이를 하는것이 아닌가...

 

 

난 금방 시들해지고 재미도 없어져서
"나 이제 그만 할래"했더니

그녀가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무슨 생각인가를 골똘히 해 보는 눈치더니....


"옷삔으로 치마를 찝었더니
너무 답답하고 자꾸 고무줄이 걸려~!"하면서
옷삔으로 묶어놓은 치마를 풀었다
.

 

나는 그제서야 또 지루한줄도 모르고
하루 웬종일 고무줄을 잡아주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서 어릴때부터
영물임이 틀림 없는것 같다.

 


어느새 늘어만 가는 귀밑머리의 새치들....
부정하려해도 나이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흔적,흔적들....

 

 

하지만,
난 아직도 노오란 은행잎이 흩날리는
그 계절의 풍경앞에 서면

눈처럼 떨어지는 은행잎 사이로
곱게 딴 디스코 머리를 찰랑대며
내가 불러주는 노래에 맞춰
검정색 고무줄 위에서
나비처럼 춤을 추던 그 소녀의 환영을 보곤 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 소녀가 보고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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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 인터넷 방송을 하던 '소라'누이를 위해 즉흥적으로

게시판에 적어본 청곡 사연용 회상 수필인데...

바로 엊그제만 같은 일들인데도 잡히지 않는 환영으로만 남아 있네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방과후 귀갓길에서

선배 누나들에게 가방을 뺏긴적도 많습니다.

고무줄 놀이 하려는데 잡아줄 인원이 부족했기 때문이었겠지요.

저학년때는 워낙에 몸도 병약했고 겁도 많아서 할 수 없이 잡아 준 적이 많아요.

그 시절의 태양은 머리 위에서 참 오래도 머물렀던것 같은데...

요즘은 해뜨자 지는것 같네요.

그것이 나이와 세월의 체감적 차이겠지요.

즐감하셨으면 좋겠고,잠쉬 쉬어가시는 길에 유년기의 추억을

하나씩 꺼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셨길 바랄께요

감사합니다.

 

 

 

Green Green Grass Of Home - Tom Jones

 

 

조영남 - 고향의 푸른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