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만 편지 윤성택 주전자가 열기를 밀어 올리며 달그락거린다 넘칠 듯 넘치지 않는 생각들 물 끓는 소리가 고요한 방안을 적신다 한쪽으로 몸을 내맡긴 풀들과 나무 바람에 날리는 잎새들, 닫힌 유리창 밖에서 웅웅- 소리가 들린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저녁, 문득 첫눈이 보고 싶다 하얀 오선지 위 빽빽이 채워진 악보처럼 하늘을 뒤덮으며 까맣게 내리는 연주곡 같은 눈을 보고 싶다 한점 노란 가로등 아래 기다릴 사람 있다면 내가 켠 성냥 따뜻한 손바닥으로 바람 막아줄 이가 있다면, 주전자 뚜껑을 비스듬히 열어놓고 커튼을 닫고 그대에게 쓰다만 편지를 생각한다 잔기침이 난다 =================== 소향 - 오직 단하나 =================== 겨울 난로위에서 뜨거운 김을 뿜고있는 주전자는 그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