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나무 같은 고독
문성호 에세이
동구 밖에 키 큰 미루나무가
혼자 서 있습니다
하루 종일 마을로 들어오는
버스를 지켜보거나
하굣길 우르르 몰려다니는
아이들을 지켜 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자라나 버스를 타고
마을을 떠나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 봅니다
서울 손주들 나무 밑까지 배웅을 나오시던
시골 할머니의 하얀 꽃상여를
마을 사람들이 지고 산으로 오르는 것도
흐릿한 눈으로 멀리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늘도 나의 출근길을
묵묵히 바라봐주던 나무는
외로워도 산 밑의 울창한 숲으로
걸어갈 수가 없습니다
단조의 리듬만으로도 마음 시린 오늘은
나무의 고집스러운고독이 부럽습니다
2013.08.13 15:59 문성호'님의 [아비정전 사랑은 있다]에서 발췌
아름다운 감성과 지적인 미모를 지닌 문성호'님의 산문시를 포스팅에 담아봅니다.
감성과 동행하지 못하는 인생이라면 짐승의 산 목숨과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삶이 힘들고 지쳐 절망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한다 해도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최소한의 낭만과 감수성으로 소중한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문성호'님의 감성을 촉촉이 자극하는 "미루나무 같은 고독"과 함께
'윤도현'의 '너를 보내고'를 배경음악으로 담았습니다.
즐감하시고 운치 있는 가을을 만유감 없이 끌어안는 하루하루 보내세요.
본문 글과는 별개로 시차를 두고 나의 코멘트를 추가합니다.
아까는 여유가 없어서 일단 등록부터 클릭했습니다.
문성호 작가님의 미루나무 같은 고독'이라는 산문시를 읽으면서
정말 많은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미루나무...
흔하지만 목재로의 활용가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우아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우리나라 산천이라면 어디든지 자라나서 푸른 잎도 여름에나 반짝하고 마는
그저 흔히 볼 수 있는 잡목일 뿐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루나무를 보면 알 수 없는 향수에 젖어들곤 하지요.
왜 그럴까요?
내 유년기의 시골 마을은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가장 흔하게 보이던 나무가
바로 미루나무였습니다.
신작로 길가, 물푸레나무가 울창한 하천, 논두렁, 밭두렁, 야산 기슭...
그런데... 어느 시점쯤 해서 점점 그 모습이 사라져 갔던 것 같습니다.
범국가적 차원에서 유실수와 외래종인 포플러 심기 장려로 인하여
그 자리를 대신 하기 시작했지요.
내 유년기에는 사방공사라는 것이 있었는데...
일요일에 4H 마을 청년들과 함께 길가나 산림이 훼손된 산에
나무를 심는 행사였습니다.
약간은 강제성을 띤...
미루나무는 아무렇게나 거꾸로만 꽂지 않으면 금방 푸릇한 싹을 틔우며 뿌리를 내리는
정말 생명력이 강한 나무였습니다.
아주 어릴 때에도 미루나무 가지를 잘라서 내 취향대로 꽂았던 기억이 있는데...
친구 중에는 자신의 무덤으로 사용할 거라면서 어느 야산에 형태가 있는 미루나무 숲을 만든
조금은 괴이한 행태를 보인 일도 있었는데...
그렇게 꽂아 놓은 미루나무가 모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서
마을 사람들에게 웃지 못할 일화를 안긴 적도 있습니다.
타 동네 아이들이 대보름날 쳐들어 오는 미풍양속도 있었는데...
습격을 막기 위해서는
급하게 무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무기는 미루나무 가지였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스며든 나무가 바로 미루나 무였던 건 아닌지...
어쩌면 그러하기에 미루나무는 어른이 되어서도 아련한 향수를 전해 주는 것 같습니다.
문성호 작가'님의 미루나무 같은 고독' 같은 글은 내가 꼭 써 보고 싶던 글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각박한 현실의 생활 속에서 잊혀 갈 수도 있었던 아득히 머나먼 기억,
생각해 내면 가슴 밑을 울컥 이게 하는 그립고도 아련한 향수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해 준
문성호 작가님께 감사의 마음을 아울러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너를 보내고 - 윤도현 밴드
이 노래는 연인을 군대에서 잃은 작사가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노래입니다.
팁: 유 티브 영상에 게시자가 제목을 번역한 대로라면...
너를 보내고를 After send you로 번역하면 문법상으로도,
문맥상으로도 틀린 말입니다.
문법적으로는 After Sending You라고 해야 맞을 것 같고요,
문맥까지 고려하면
After Letting You Go가 맞는 말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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