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essay blue 탁이
차를 몰고 안갯속을 달려 나갔다
고양이 한 마리가 누워있었다
헝클어진 정도로 보아
어제쯤 차에 치였으리라
차량의 행렬은 누구 하나
그 죽음을 애도하지 않았다
그것이 나를 슬프게 한다
귀향한 첫해 봄
수로에서 건져준 고라니 새끼였을지도 모를
한 마리의 고라니가 길가에 목을 뒤로 젖힌 채
길게 누워있었다
만신창이가 되어 걸레짝에 가까운 사체에서
민들레 꽃씨 같은 털이 몇 가닥 피어오른다
목에 큰 반점이 없는 걸로 보아
그 고라니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 안도하다 문득,
그러한 나 자신이 처량해져 슬픔에 빠졌다
해 질 녘 길게 그림자를 드리운 주황색 트랙터...
늙은 농부의 꾸부정한 모습에 고달픔이 찌들어있다
그것이 나를 슬프게 한다
안개는 밤공기에 섞이어 어둠은 더욱 짙어가는데
라이트 불빛 너머로 엄습해 오는
지난 사랑들의 생경함이 미치도록 나를 슬프게 한다
건널 수 없는 강가에서 나에게 사랑한다 말해주던
그 아이의 하얀 미소가 처연토록 아름다웠다
그것이 또 나를 슬프게 한다
누가
슬픔을 희망으로 승화시키라 말하였던가
슬픔은 슬픔대로 그 역할이 있을 것이다
조금은 괴롭고 가슴 먹먹할지라도
이 슬픔조차 버리고 싶지 않은 욕심에
목적 없이 길을 따라 어디론가 가고 있다
지평선 너머 작은 점이 되어 사라지는
내 차 뒷모습을 내가 지켜보며 가고 있었다.
2025.05.18 해 질 녘 모노 드라이브 중에
귀향 후의 첫 만남이 이 아이였는데...
겁이 많았던 가여운 아이...
정말 오랜만에 티스토리에 로그인을 해 보았습니다.
첫 로그인이니 몇 년은 족히 발길을 못했나 봅니다.
주옥같은 사연들을 내게 전해주던
소중한 님들의 댓글들이 모두 사라진 후...
의욕도 많이 반감되었지만,
무엇보다도 기대했던 시골 생활이 현실과는 괴리가 있어
차일피일 미뤄온 것 같아요.
다시금 깨닫게 된 귀한 교훈은... 마음의 여유가 창작의 조건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
분출되는 뭔가의 욕구 개연성이 있어야지만
이런 조그만 활동이라도 재개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오래도록 묵혀 놓았던 붓통의 먼지를 털어내고
유화 물감을 쿠팡에서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글 쓰는 것을 소질과 상관없이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오랜 세월 동안 함께했던 그림을포기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림을 그려온 사람으로서
그동안의 노하우를 이용한그림 작업을 시작해 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아무 준비도 없이... 그냥... 아직 살아 있다는 표식만 남깁니다.
우리 고운님들...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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