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보다 낯선 사랑/♣나의 낙서 노트

나만의 공주님/탁이 에세이ㅣKarla Bonoff - The Water is Wide ㅣ그리움보다 낯선 사랑

Blue 탁이 2020. 3. 24. 06:37

 

 

 

나만의 프린세스

 

/블루 탁이 essay

 

 

집에 돌아와 딱히 할 일이
생각나지 않을 때면

난 늘 작은 방의 창가에 앉아서
시선을 창 너머에 습관적으로 두곤 합니다.

 

작년쯤엔가 지나는 길에
나뭇결무늬가 맘에 들어
새로 구입한 식탁이 하나 있는데
다른 용도로 사용해 보려 해도

식사할 때 빼곤 달리 쓸 일이 없어서
가끔씩 책장을 넘겨도 보고
일거리를 펼쳐 놓기도 하지만
결국 창가로 옮겨가고 맙니다.

 

딱히 전망이랄 것도 없는
앞집의 붉은 벽돌색 담장이
경치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언제부턴지 줄곧 그 담장에
숨구멍처럼 뚫려있는
유일한 창가 쪽을 바라보다 보면

 

작고 귀여운 얼굴
새하얀 피부...
얼굴에 비해 지나치리만치 커다란 눈...

가끔 시선을 마주할 때면
부끄러운 듯 나른한 듯
얼른 딴청을 부리며
방 안으로 숨어버리는
사랑스러운 나만의 공주님...

 

오늘도...
그 아름다운 공주님이 작은 창틈에서
졸린 눈을 깜빡이며
힐끔 나를 바라봅니다.

우리 어느새 이렇게
서로를 그리워하는 사이가 되었나요?


한 마리의 페르시안 고양이가
메마른 나의 하루를 반겨줍니다.

그리고,
그녀만의 투명한 눈빛으로 내게 말합니다.
오셨네요, 오늘도 당신을 많이 기다렸어요.

 


... 2011년 8월 어느 여름밤 블루 탁이...

 

 

 

 

2011년이면 지금보단 사는 게 많이 힘들었던 시기였겠군요

물론,

지금이라고 해서 뭐 그다지 잘 사는 것 같지는 않지만...

내게는 고질적인 편집증이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좋아하는 것들 모으는 거죠.

주로 책이 많고, 헤드폰, 사운드카드, 시디...

심지어는 영화, 음악까지 병적으로 모으는

취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편집증 때문에

이사할 때마다 이삿짐센터와 흥정을 하루 종일 해야 할 만큼

책 박스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오래전 의사의 오진으로 죽음의 냄새를 맡게 되었을 때

나의 편집증에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책꽂이에 빼곡히 쌓인 책들...

책꽂이가 모자라 눕혀놓은 책들,

빈 공간 어디든 쑤셔 넣어져 있는...

내가 죽는다고 생각하니 정말 부질없는

집착이었다는 걸...

여담인데...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

내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외장하드와 내장 하드에 숨어있는

야동을 찾아 지우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놈이면서 죽어서라도 그런 놈이었던 흔적은

남기고 싶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ㅡㅡ;

그런 일을 겪고 나서 더 이상 불필요한 책을

광적으로 전시해 놓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좋아하는 물건에 대한 집착이 사라진 거죠.

 

하지만,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편집증은...

사람에 대한 기억...

내가 지켜주지 못해 떠난 사람,

관리를 소홀히 해서 잃어버린 흔적들...

이런 집착에서는 언제나 되야지만

내려놓을 수가 있는 걸까요.

아직도 내려놓지 못한 기억의 편집 속에

답답한 그 친구 생각이 많이 납니다.

어리숙한 듯 정말 똑똑했던 그 친구가...

 

Karla Bonoff/The Water is W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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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프린세스/탁이 (에세이)ㅣCJ 윤슬(낭독)ㅣ영원히-강성훈 of 젝스키스

영상 제작/Blue 탁이 시낭송/CJ 윤슬 신청곡/강성훈-영원히 신청인/윤슬기 녹음 출처/하늘사랑 '러브스토리' 음악 방송방 나만의 프린세스/블루 탁이 에세이 ★ 영상에 사용된 소스 그동안 Daum 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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