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보다 낯선 사랑/♥아름다운 동행

수국,지다/박은율 詩ㅣ슬프도록 운치있는 시ㅣDown By Sally Gardens -Orla Fallonㅣ그리움보다 낯선 사랑

Blue 탁이 2020. 3. 19. 19:19

 

 

 

 

수국, 지다

 

/박은율

 

 

 

링거병 매달고 집에 온 지 하루
너는 다시 실려 나가고
수국꽃이 울도록 돌아오지 않는다

 


바퀴벌레처럼 빠르게 증식되는 불안
시간이 느리게 발효되는 항아리들
묵직하게 늘어선 장독대

쐐기풀 무성한 마당,
온종일 네 그림자 어른거린다

 

 

이따금 다급히 울다
제풀에 잦아드는 전화벨 소리

낡은 처마 밑 왕거미줄에

맹렬히 파들거리던

한 마리 나비 마침내 고요해진다

 

 

바람도 없는데 저절로 여닫히는 대문
썰물 지듯 빠져나가는 저녁놀

 

 

-박은율 시집 『절반의 침묵』/민음사

 

 

만약에,

누군가가 내게 詩'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박은율'님의 수국지다'가 바로 시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고적하게 드리워진 공기

아픈 사람을 곁에 둔 암울한

 심사로 바라보는 필자의 마당에는

칙하고 무겁게 보이는 장독대와

아무렇게나 자란 잡초가

더욱 을씨년스러움을 자아내게 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아련하고 그리운 풍경의 정취를

마치 숙련된 화가가 담채화를 완성해 가듯이

누구의 눈에라도 선하게 비칠만큼

묘사를 잘 해 주셨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평소에 많이 좋아하고

그래서 외우기까지 하는 박은율님의 수국지다'로

다녀가시는 친구님들에게 따쓰한 차 대신 준비했습니다.

누구에게라도 힘에 겨운 부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는

기약없는 인생길에

잠시 마음의 부담과 짐을 내려놓고 쉬어가셨음 합니다.

 

-블루 탁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Down By The Sally Gardens'에 대해서

가사나 내력에 대해서 좀더 알고 싶은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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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에 담긴 약간의 역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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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la Fallon - Down By Sally  Garde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