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지다
/박은율
링거병 매달고 집에 온 지 하루
너는 다시 실려 나가고
수국꽃이 울도록 돌아오지 않는다
바퀴벌레처럼 빠르게 증식되는 불안
시간이 느리게 발효되는 항아리들
묵직하게 늘어선 장독대
쐐기풀 무성한 마당,
온종일 네 그림자 어른거린다
이따금 다급히 울다
제풀에 잦아드는 전화벨 소리
낡은 처마 밑 왕거미줄에
맹렬히 파들거리던
한 마리 나비 마침내 고요해진다
바람도 없는데 저절로 여닫히는 대문
썰물 지듯 빠져나가는 저녁놀
-박은율 시집 『절반의 침묵』/민음사
만약에,
누군가가 내게 詩'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박은율'님의 수국지다'가 바로 시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고적하게 드리워진 공기
아픈 사람을 곁에 둔 암울한
심사로 바라보는 필자의 마당에는
칙칙하고 무겁게 보이는 장독대와
아무렇게나 자란 잡초가
더욱 을씨년스러움을 자아내게 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아련하고 그리운 풍경의 정취를
마치 숙련된 화가가 담채화를 완성해 가듯이
누구의 눈에라도 선하게 비칠만큼
묘사를 잘 해 주셨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평소에 많이 좋아하고
그래서 외우기까지 하는 박은율님의 수국지다'로
다녀가시는 친구님들에게 따쓰한 차 대신 준비했습니다.
누구에게라도 힘에 겨운 부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는
기약없는 인생길에
잠시 마음의 부담과 짐을 내려놓고 쉬어가셨음 합니다.
-블루 탁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Down By The Sally Gardens'에 대해서
가사나 내력에 대해서 좀더 알고 싶은님은
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내 블로그내에 있는
다른 페이지로 가셔서
가사에 담긴 약간의 역사를
확인하실 수가 있습니다.
Orla Fallon - Down By Sally Gard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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