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보다 낯선 사랑/♥아름다운 동행

메밀꽃 필 무렵과 가을/관석 박영오 에세이ㅣ사랑이 메아리칠 때/나훈아&안다성ㅣ그리움보다 낯선 사랑

Blue 탁이 2017. 9. 22. 17:06

 

 

메밀꽃 필 무렵과 가을

관석 박영오 에세이

 


이효석의 소설"메밀꽃 필 무렵"에서의 계절이 메밀꽃이 피기 시작한,
여름이 끝나 가을로 접어드는 딱 지금 이었던가 봅니다.
보름이 갓 지나 달빛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밤에,
'강원도 봉평’에서 ‘대화’까지 칠십여리를
나귀를 앞세워 걸어가며, 과거 물레방앗간에서
성서방네 처녀와의 우연한 만남의 인연을,


자신과 같은 왼손잡이 ‘동이’를 통해
그 우연한 만남이 다시 이어짐을 암시하는,
소설 속의 그림 같은 풍경과 애틋함이
손에 잡힐 듯 그려집니다.

그 우연한 만남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바로
메밀꽃이 핀 달밤이라는 것입니다.

 

소설 속에 보면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처럼 산허리를 온통 메밀밭으로 재현한 곳이
가까이에 있어서 찾아갔습니다.

비록 강원도 봉평 땅이 아니고 물레방앗간도 없었지만,
들판을 가득채운 메밀밭이 한창 꽃을 피우기 시작해
소설 속의 풍경이 눈앞에 있는 듯합니다.

 

척박한 땅일지라도 가리지 않고 잘 자라서
민초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메밀이
이제는 그 효용가치가 곡식이 아니라 꽃으로,
그리고 볼거리로 대접 받는 식물로 옮겨 앉았습니다.
사실 자세히 뜯어보면 꽃으로는 전혀 볼품이 없는데
이렇게 우리 정서 속에 깊이 새겨져 있는 것은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시절에 읽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때문이겠지요.


소설 속에서 비약적 우연한 만남이 반복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것은 메밀꽃이 필 무렵의 달밤이 주는
신비한 요소와 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내 나이가 되니 우연은 우연이 아니라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 만남이라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사춘기 시절 국어책에서 읽었던 ‘메밀꽃이 필 무렵’을
이순의 나이에 다시 읽어보니
이제 소설 속의 정감을 알 듯도 합니다

 


2017.09.06 06:15 소나무'님의 '편지 보냈습니다'에서 발췌

http://blog.daum.net/05sonamu/177  ◀소나무님의 블로그 링크'입니다.클릭하시면 좀더 다양한 작품을 보실수... 

 

 

블로그 친구님이자 전직 여행지 컬럼 작가, 그리고 지금은 산수화에 몰두하고 계신 소나무 "관석 박영오"님의

짜임새가 탄탄하고  흐트러짐없이 가지런한 글귀로 침투력있게 진한 감동을 주시는 수필을 포스팅으로 준비해 봅니다.

처음 블로그에 무심코 방문했을때는 그림이 맨처음 눈에 띄였지만,

그림밑에 주석으로 덧붙인 글을 읽게 되면서부터는 오히려 그림은 안보이고 이 분의 글만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글이 너무 좋아서 동양화의 특성에 대해서 파악해 보기로한 애초의 계획은 오간데 없이 사라지고

계속해서 글만 읽게 되더군요.

도저히 참지 못하고 어느날 질문을 드려서 알아내게 된 관석 박영오 님의 프로필도 함께 담았습니다.

 

 

메밀꽃...

요즘의 젊은 세대들이야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메밀꽃'이란 이름만으로도 만감을 교차하게 할 정도의

진한 향수와 그리움이 전해지고 있네요.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내 블로그에 소중히 모셔왔습니다.

행복한 감상의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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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오 작가'님의 수필과는 별개로 나도 메밀꽃'하면 생각나는 추억이 있습니다.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고등학교를 진학하기 전까지는 농촌에서 자연과 호흡했던 필자라서 그런지

왠지 이런 소재들에 친근감을 많이 느끼는건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나 자랄때만 해도 논농사를 가장 우선시 했기 때문에 물을 끌어오기가 어느정도 용이한 농경지는

전부 논으로 용도를 바꾸기 시작했고 산을 일궈서 다시 밭을 만들고는 했는데...

가장 척박하고 조건이 안좋은 땅에는 밀이나 메밀을 심었습니다.

 

바로 이곳이 선남선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만남이 이루어지기도 한 비밀스런 약속의 장소이기도 했는데...

보통 한국 멜로고전 영화에 주로 단골 소재로 쓰이는 곳이 물레방앗간이지요.

그리고 조금 괴기스럽긴 하지만, 동네밖 으슥한 성황당 근처에 작은 건물 한 채가 음산하게 들어 앉아 있는 집...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상여집,

그보다는 좀더 낭만적인 장소가 밀밭과 메밀밭이었습니다.

 

해병대 마지막 휴가를 나왔을 때의 일인데...

동네가 작다보니 어디 편하게 데이트할 장소가 있어야지요.

우리 마을에 유일하게 존재했던 시계다방'의 미스 서'와 눈이 맞아 어둠속으로 빠져 나오는데는 성공했지만,

딱히 편하게 놀만한 장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은은한 메밀꽃 향내가 콧끝을 스쳤고,

나보다 여섯살이 연상이었던 시계다방의  미스서와 약속이라도 한듯이 눈을 한 번 맞춘후에

정신없이 달려간 메말밭 한 가운데...

때맞춰 밤공기가 포근한 솜이불처럼 목덜미를 간지럽히고,

향이 그닥 강하지 않은 메밀의 은은한 향이 병풍을 쳐주던 그날밤의 황홀함...

 

둘이서 그렇게 재미있게 놀고나서 옷매무새를 새로이하고 메밀밭을 빠져 나오려고 하는데...

미스서'의 양말 한짝과 속곳을 찾을 수가 없었지요.

하는수없이 밤새 엎드려서 메밀밭을 헤매어서 극적으로 찾아내긴했지만,

메밀밭이 온통 난장판이 되었었나 봅니다.

다음날 아침

산짐승이 내려와서 메밀밭을 망친것 같다는 위말 반장의 느티나무 스피커 방송이 있었고

동네가 오전내내 시끄러웠지만,

그날밤 메밀밭에서 이루어졌던 그 뜨겁고 위기감 넘쳤던 열락의 밤을 어찌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요즘은 세월이 좋아져서 전국 어디에나 전망좋고 시설이 잘 갖춰진 러브호텔이 지천에 깔려있지만,

그런 인위적인 시설물이 어찌 자연을 먹고 자란 메밀밭에 미칠 수가 있을까요?

이미 60을 바라보는 초로의 늙은이가 된 필자지만,

아직도 이런 글이나 이미지를 대할때면 나도 모르게 옛날의 그 메밀밭이 못견디게 그립습니다.

다시 한 번 가고픈 고향의 밤하늘 아래 그 메밀밭...추억으로만 눌러 놓기엔 너무나 아쉬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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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 - 사랑이 메아리 칠 때

 

 

사랑이 메아리 칠 때-안다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