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보다 낯선 사랑/♣나의 낙서 노트

그리운 서해 바다/블루 탁이ㅣ이정선-섬소년(1974)ㅣ그리움보다 낯선 사랑

Blue 탁이 2017. 6. 27. 20:19



그리운 서해 바다


/블루 탁이





어린시절의 나는 난청에 시달렸다
눈뜨면 파도소리,갈매기 울음 소리


방과후에 학교 교정을 뒤로하고
책보를 어깨에 멘 채
그네에 앉아 해질녁의 바다를 바라보면


염전에서 고무래로 소금 긁는 아저씨
물레방아 위에서 물레 밟는 할아버지


쉴새없이 출렁이는 파도 너머 저편
뭍에서 이어지는 산의 능선 꼭대기에
삐쭉 솟아나온 노송 한 그루가
바위산 단봉의 주인인양
양팔을 늘어뜨리고 흐느적 거렸었다


그곳엔 무서운 괴물이 산다고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곳은 고려장이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동무들과 뜀뛰기를 할라치면
통통통 하며 빈통에서 나는 소리가 났었다


그때는 갈매기 울음 소리도
드넓게 펼쳐진 갯벌도 싫었었는데,

밀물 때마다 들려오는
우엉거리는 소리도 무섭기만 했었는데


집앞을 지나는 실개천과 맞닿았던
그 바다가 이제는 없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그리운 그 바다
한번만이라도 다시 보고 싶은 그 바다

그 바다가 이제는 없다


이성복'님의 주옥같은 시 '서해'를 처음 포스팅으로 담던 날

주석으로 적었던 글인데...

그 시절이 너무나 그리워서 미흡하지만

시로 다듬어서 준비했습니다.

과도한 간척 사업으로 밀어 붙이던 시기에

당진군,태안군,서산군,안면도 등의 서해 바다 갯벌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오로지 쌀 생산에만 주력한 나머지 자연과 생태는

생각지도 않고 무작정 바다를 막는것만이

최고라 여겼던 무지함이 생태계를 파괴시켰고,

수 천년 수 만년 동안이나 바다의 갯벌을 

터전으로 삼고 생명을 이어오던 동식물들이

자취를 영영 감추었거나 멸종이 되어 버렸습니다.


내가 들은바로도 마을을 대표하던 거대한 산들이

수백개나 사라졌다 합니다.

바다를 메꿀 흙으로 사용한것이지요.


수 년전부터 당진과 서산 지역에

혹독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어른들이 말씀 하시기를 산신'들이

노해서 비를 주지 않는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걸 미신으로 치부 한다해도

지형이 지나치게 바뀌면

당연히 기후에도 영향을 주는건 사실일겁니다.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산을 넘어 가면서

수증기를 올려 보내고 그 수중기가 구름이 되어 흐르다가

비를 내리게 하는건 역학적인 사실이니까요.


지금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고향의 서해바다...

내 어린 시절 내 몸에 소금물을 적셔주며

건강을 지켜 주던 바다였는데...

지금은 만질수도 볼 수도 없는

영영 사라진 그리움의 영역으로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이런 기억을 가지신 분들이 의외로 많으실듯 한데

잠시라도 잃어버린 것들을

생각해 보는 회상과 그리움의 시간이 되

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리고,

내게 영감을 준 그리움보다 낯선 사랑의 부주'인

벨에포크'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정선(Lee Jung Sun) - 섬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