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보다 낯선 사랑/♥아름다운 동행

그레고리안 성가1,2,3/마종기 詩ㅣ저녁노을(석양)/김인배 트럼펫 연주곡(가슴속 깊은 그리움...)

Blue 탁이 2017. 8. 10. 13:50

 

그레고리안 성가 2

 마종기

 

  저기 날아가는 나뭇잎에게 물어보아라.

공중에 서 있는 저 바람에게 물어보아라,
저녁의 해변가에는 한 사람도 없었다.
갈매기 몇 마리, 울다가 찾다가 어디 숨고
생각에 잠긴 구름이 살 색깔을 바꾸고
혼자 살던 바다가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

 

해변에 가서 그레고리안 성가를 듣는다.
파이프 오르간의 젖은 고백이 귀를 채운다.
상처를  아물게 하는 짜가운 아멘의 바다,


밀물 결이 또 해안의 살결을 쓰다듬었다.
나도 낮은 파도가 되어 당신에게 다가갔다.
시간이 멈추고 석양이 푸근하게 가라앉았다.
입 다문 해안이 잔잔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나도 떠도는 내 운명을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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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안 성가 1

 

 

새벽부터 장대비 내리는 휴일,
오래 계획했던 일 취소하고
한나절 그레고리안 성가를 듣는다.


장엄하고 아름다워야 할 합창이
오늘은 슬프고 애절하게만 들린다.
창문을 열면 무거운 풍경의 빗속으로
억울하게 참고 살았던 혼들이 떠나고
그 몸들 다 젖은 채 초라하게 고개 숙인다.


그래서 사랑하는 이여, 이제 포기하겠다.
당신이 떠나는 길이 무슨 인연이라고 해도
라틴어로도, 또는 어느 나라 말로도 거듭
용서해달라는 노랫말이 아프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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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안 성가3

 

 

중세기의 낡고 어두운 수도원에서 듣던
그 많은 총각들의 화음의 기도가
높은 천장을 열고 하늘을 만든다
하늘 속에 몇 송이 연한 꽃을 피운다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멀고 하염없었다
전생의 예감을 이끌고 긴 차표를 끊는다


번잡하고 시끄러운 도심을 빠져나와
빈 강촌의 햇살 눈부신 둑길을 지난다

미루나무가 춤추고 벌레들이 작게 웃는다


세상을 채우는 따뜻한 기적의 하루
얼굴 화끈거리는 지상의 눈물을 본다

 

<마종기, 새들의중>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온통 불에 덴 듯이 뜨거워지는 그 음률...

김인배 선생님의 트럼펫 연주곡을 담아 보았습니다.

즐감의 시간이 되시길...

 

 

블로그 주인 팁

 

블로그 상단에 담은 마종기 시인님의 '그레고리안 성가'가 음악과 함께 준비해 본

포스팅의 팁입니다.

그동안 아차 방심한 사이에  '벨 에포크'님께서 손수 엄선하신

주옥같은 글과 시들이 거의 일 년 치나 밀리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복구하는 대로

고운님들의 좋은 사연과 고심해서 소중하게 담아주신 글들을

함께할 계획은 일단 잡고 있습니다.

시원한 밤 되시길...

 

감사합니다.

 

이 글은 2015.07.30 23:17에 등록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