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언제였었지 그날이....... 까마득히 잊혀간 사람.
한때는 그 추운 겨울날 바짓단에 고드름이 맺힌 줄도 모른 채
명동에서 청운동 집까지 두 손을 꼭 잡고 걸었던 그때 그 사람.
헤어지기 너무도 싫었던 까닭에
늘 그이가 멀어져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봐야만 했던 그때 그 사람.
그와 내가 현실의 조건 탓에자존심이라는 거추장스러운 멍에 탓에
그렇게 멀어진 지 십여 년 세월...
난 아직도 그이를 기억하고 가슴에 담아 간직했었나 보다.
오늘 명동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백화점 쇼 윈도를 나서는 그이를 보고서는 이내 그를 알아보았다.
바로 그 순간, 몸이 얼어 버리는 줄만 알았다.
잊힌 줄 알았는데, 잊은 줄만 알았는데...
그 사람의 곁에 해맑은 웃음을 함바 금이 머금은 채 손을 꼭 잡고 나오는
꼬마 아가씨가 참 귀엽고 사랑스러웠다.너무 행복해 보였다.
정말이지, 정말이지 참 다행이었다.
정류장 가까이에서 전조등을 깜빡이며,
독일 명차에 오르는 그이와 꼬마 아가씨...
왜일까?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지는 건......
한참을 기다리던 버스가 몇 번을 지나쳐 가는 줄도 모르고
멍하니 하늘을 주시하다 그냥 터벅터벅 걸었다.
어느덧 동네에 다다르니 그 옛날 그때가 떠오른다.
살아가는 동안,
내내 간직할 나만의 소중한 기억들을 가슴에 묻어둔 채
오늘도 포장마차에서 한 잔 술에 나를 위로한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른 걸까...
어디선가 들려오는 클래식 음률...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였나...
다시 이어지는 시크릿 가든의 곡이
나를 더욱 가슴 시리게 한다.
한참 동안을 나는 그렇게 근원지를 알 수 없는 음악에 젖어
시간 가는 것도 잊은 채 하늘만 보며 앉아 있었다.
<잊혀진 사람/우주 글ㅣ 일반인 작가의 감성 체험수기 >
김경남/님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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