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빛
마종기 詩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 집니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외로웠던 저녁, 슬펐던 영혼들을
한 개씩 씻어내다보면,
결국에는 욕심 다 벗은
깨끗한 물이 될까요...
정말로 께끗한 물이 될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당신을 부르겠습니다
당신은 그 물 속에
당신을 비춰 보여 주세요
내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세요
나는 허왕스런 몸짓을 털어버리고
고백하겠습니다
당신은 그제서야 처음으로
내 온몸과 마음을 함께
가지게 될 것입니다
누가 누구를 송두리째
가진다는 뜻을 알 것 같습니다
부디 당신은 그 물을 떠서
손도 씻고 목도 축이세요
당신의 피곤했던 한 세월의 목마름도
조금은 가져가겠지요
그러면 나는 당신의 몸 안에서
당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죽어서
물이 된 것이
전혀 쓸쓸한 일이 아닌 것을
비로소 알게 될 것입니다.
<2014/11/09 22:53:02 ㅣ러브스토리 게시판'알페지오'올림>
러브스토리의 방송 작가 역활을 담당했던 알페지오'님이
진행 CJ 호야'님께 신청곡과 함께 올렸던 마종기'님의 물빛
원래는<루시드풀 - 물이 되는 꿈>을 신청곡으로 적었지만,
오늘의 포스팅에는 가비앤 제이'의 해바라기를 함께 담아봅니다.
가비앤제이(Gavy NJ)-해바라기(Feat.MJ of Sunny 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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