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보다 낯선 사랑/♥아름다운 동행

봄비/이은하ㅣ치자꽃 설화/박규리 詩 ㅣ아버님 생신날에 대전 뿌리공원에 다녀와서...

Blue 탁이 2018. 3. 21. 22:01

 

이 은 하

 

봄비

 

 

 

봄비속에 떠난 사람

봄비 맞으며 돌아왔네

그 때 그 날은, 그 때 그 날은

웃으면서 헤어졌는데

 

오늘 이 시간,오늘 이 시간

너무나 아쉬워

서로가 울면서 창 밖을 보네

봄비가 되어 졸아온 사람

비가 되어어 가슴 적시네

 

오늘 이 시간 오늘 이 시간

너무나 아쉬워

서로가 울면서 창 밖을 보네

 

 

치자꽃 설화

 

박규리

 

 

 

사랑하는 사람을 돌려보내고

돌아서 계단으로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서러운 눈물 방울 쓸쓸히 피는 것을

종탑 뒤에 몰래 숨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 문 하나만 열어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 듯 들렸습니다

 

밀어내던 가슴은 못이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

목탁 소리만 저호롤 바닥을 뒹굴다

끊어질 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계단 밑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 일어서더니

오늘따라 엷은 가랑비 듣는 소리와

짝을 찾는 쑥국새 울음소리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 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멀어지는 여인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줄 알았습니다.

 

한 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 없어서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았습니다.

 

떠난 사람보다

더 서러운 잿빛 등도

저물도록 독경소리 그치지 않는

산중도 그만 싫어,

괜시리 내가 버림받은 여자가 되어

버릴수록 더 깊어지는 산길에

하염없이 울며 앉았습니다.

 

-2014년 04월 /그대만의 모닝(은월) 올림-

 

산중 깊은 암자일수록 속세와의 연이 더욱 질기게 이어져 있다.

역설이다.
세간에서 받은 상처가 깊을수록 더 깊은 산중으로 찾아들지만,
암자로 이어진 아주 작은 오솔길은 제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눈물의 길’이다.

박규리 시인의 「치자꽃 설화」는 이미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바 있다.
산중 암자의 한 일화를 그대로 옮겼을 것만 같은 이 시는

매우 산문적이면서도 절묘하게 시적 울림을 증폭시킨다.
시를 읽노라면 비에 젖은 치자꽃 향기가 온몸에 척척 달라붙는 느낌이다.

종교적 엄숙주의 혹은 그 가식에 질릴 대로 질린 이들이라면

이 시에 감동받지 않을 이 몇이겠는가.
시 속에 등장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달래 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도 비로소 스님답고,
실연에 겨워 ‘돌계단 밑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 일어서’는

여인도 비로소 사랑을 아는 여인다우며,
‘괜시리 내가 버림받은 여자가 되어 버릴수록

더 깊어지는 산길에 하염없이 앉’아 있는
화자인 시인도 절집에 살만한 보살답다.

그리 길지 않은 이 시는 ‘설화’가 아니라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한편의 영화다.
아니, 허구의 영화가 아니라 감동적인 다큐멘터리가 아닐까.
그렇다.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이니

이 시를 되새기며 우리 사랑의 숭고함을 더럽히지 말자
<다음 카페에서 펌글>

자주 뵙지 못해서 세월의 텀이 긴 탓일는지는 몰라도 더 늙어 보이시는 부모님을 여러 형제들과 함께

생신을 핑게로 뵐 수 있었던 어제의 만남이 벌써 아득히 멀게만 느껴집니다.  

수백개의 기념탑들이 각기 다른 모양새로 늘어서 있는 성씨 탑의 밀림에서 내 성씨를 찾아내어

간단히 카메라에 담아 보면서 내력을 읽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나는 연안차(車)씨인데 고려태조 왕건 [王建, 877 ~ 943]의 증조부가  차씨란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문화유(柳)씨가 같은 종씨인건 알았지만  왕씨가 차씨와 같은 맥을 가졌다는 사실은 놀라웁기만 했습니다.

왕씨가 고려를 집권하는 동안 같이 번창했던 차씨는 고려의 멸망과 함께 이성계의 탄압으로 죽거나 개명을 해서

달아나는 바람에 그때부터 차씨 성이 귀하게 되었더군요.

얽히고 섥힌 성씨에 대한 내력을 간단히 스케치하면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결국은, 한민족...한가족이나 다름없는 세계적으로도 드믄 단일민족인데  

아웅다웅 헐뜯고 싸우며 심지어는 민족상잔의 끔찍한 전쟁까지 불사하며 

참담한 역사를 이어왔는지......

 

 

하기사,같은 집안,한가족이라고 해서 잡음이 없는건 아니더군요. 

어쩌면 더욱 치열하고 잔인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서  반목하는 경우도  있을테니까요...... 

조금 멀리서 새벽녘에 담아본 성씨탑들의 밀림은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간단히 정리해서 소개해 드리고 싶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오늘은 이것으로 여러분들께 인사를 드리며 마쳐야 할것 같네요. 

아직 마감되지 않은 일이 밀려있는 관계로 밤새 여독을 풀었으니까

이제 다시 출근을 서둘러야 할듯합니다. 

 

다녀가시는 모든 님들....행복한 한 주 되세요^^ 

-2015년 05월 04 일 아버님 생신날에 대전 뿌리공원에 다녀와서 탁이 적다-

 

이은하  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