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잘 가라
도종환
그대여 흘러흘러 부디 잘 가라
소리없이 그러나
오래오래 흐르는 강물을 따라
그댈 보내며
이제는 그대가
내 곁에서가 아니라
그대 자리에 있을 때
더욱 아름답다는 걸 안다
어둠 속에서 키 큰 나무들이
그림자를 물에 누이고
나도 내 그림자를
물에 담가 흔들며
가늠할 수 없는 하늘 너머
불타며 사라지는
별들의 긴 눈물
잠깐씩 강물 위에
떴다가 사라지는 동안
밤도 가장 깊은
시간을 넘어서고
밤하늘보다 더 짙게
가라앉는 고요가 내게 내린다
이승에서 갖는 그대와 나의
이 거리 좁혀질 수 없어
그대가 살아 움직이고
미소짓는 것이 아름다와 보이는
그대의 자리로 그대를 보내며
나 혼자 뼈아프게 깊어가는
이 고요한 강물 곁에서
적막하게 불러보는 그대
잘 가라
(도종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실천문학사, 1988.)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일부러 안녕을 고한적이 없습니다
바쁘게 살다보면
한 주 한 달 일 년은 그냥 휙휙 지나가니까
그냥 서서히 잊혀지기로합니다
그런데 일부러 안녕을 고하는 것이
친절한 것인지
잘가라
라고 한번은 말해보고싶어요
새벽엔 아직 추워서
차 문짝도 얼어붙어 문을 열면 쩌억 하고 떨어지는데
차 아래 웅크리고있는 노란 줄무늬 고양이를 봤습니다
이동네 고양이는 눈에 띄면 다 노란 줄무늬네요
경계하며 바라보는 녀석에게
안녕
하고 말을 걸면서도
나도 얹혀사는 터라
녀석의 집이 되어 주질 못하는데...
다정하게 말 걸었던것이 미안해 집니다.
<< '벨 에포크'의 '그대 잘가라'감상후 덧글>>
Kim Min Jong (김민종) - 착한 사랑 _ Music Video
( Memories of the k-pop_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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