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보다 낯선 사랑/♥아름다운 동행

겨울시 모음2ㅣ신경숙/외딴방 &, 박정대/마두금을 켜는 밤ㅣ백미현- 눈이 내리면...

Blue 탁이 2017. 12. 11. 08:13

 그대만의 모닝님이 올리셨던 신경숙님의 시로 만들어 본 이미지인데요...

이밖에도 너무 욕심 나는 좋은 시를 많이 올리셔서

그중에 고르는데 심력을 엄청 소비 해야했습니다.

나중에 시간되는대로 차근차근 하나씩 만들어 볼 예정입니다.

 

한때는 좋은 글을 찾을만한 역량이 못된탓에고생한적이 있었던것 같은데...

 요즘은 고운 님들의 좋은 시에 대한 감성이 봇물터진듯이 올라오는 바람에

 어부가 때아닌 풍어떼를 만난듯한 기분이네요.

 

다만 아쉬운것이 있다면 시간...내게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다는것이 안타깝습니다

좋은글 감상 감동깊게 잘했고, 잘 사용했습니다.

 

얼마전인가 내쇼날 지오 그래픽 채널에서 몽골에 대한 다큐를 보면서 새로이 알게된 사실도 꽤나 많은데..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 넓은 국토에 해당하는 몽고이지만,인구는 삼백만이 채 안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몇 안되는 불교 국가이기도 한데...달라이라마가 몽골에서서 태어난 적이 있을만큼

몽고는 불교와 인연이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때는 인구의 절반이 승려일정도였으나 스탈린이 몽골을 속국으로 삼았던 시절에

승려들을 모두 시베리아로 강제 숙청을 시킵니다.

 

몽골이 독립하고 나서도 단 한명의 승려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소련뿐만이 아니고 독립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힘을 빌리기도 했는데...

참으로 불교에 대한 인연이 깊다고밖에 할 수 없는 사실은 공산당원이 되어

승려 추방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독립을 하면서 오히려 거의 승려로 출가했다는 사실...

 

아직도 몽골은 집안에 혹은 자식중에 불가에 귀의하여 승려가 되면 최고의 영광으로 삼고 있는

대단한 불심을 가진 국민들로 이루어졌습니다.

 

척박한 초원이지만 역대 국가중에 가장 넓은 국토를 가지고 있던 나라이기도 합니다.

 

징기즈칸 시절에 서쪽으로는 헝가리족까지 정복했으며 동남으로는 고려와 일본의 일부

북으로는 시베리아 평야까지 점령했던 엄청난 역사의 저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어쩌면 그 당시에 세계를 정복 할 수 있었던 기운의 원천이

몽골의 척박하고 원대한 초원에서 나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곳에서 나고 자란 말로 전장을 누볐으니까요.

 

아직 많이 춥지는 않지만,겨울은 겨울이네요. 

창가로 스며드는 바람에 한기가 많이 느껴집니다. 

한 주의 시작이자,일년의 마지막 달의 시작입니다.

노력한다고, 맘먹는다고 다 이루어지는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후회를 줄일 수 있는 연말이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은

2014.12.01 07:22

에 등록된 글입니다

 

마두금(馬頭琴) 켜는 밤 / 박정대 

  

  

밤이 깊었다 
대초원의 촛불인 모닥불이 켜졌다 
  

몽골의 악사는 악기를 껴안고  
말을 타듯 연주를 시작한다 
장대한 기골의 악사가 연주하는 섬세한 음률, 

장대함과 섬세함 사이에서 울려나오는  
아름다운 음악 소리, 

모닥불 저 너머로  
전생의 기억들이 바람처럼 달려가고, 
연애는 말발굽처럼 아프게 온다  
  

내 生의 첫휴가를 나는 몽골로 왔다,  
폭죽처럼 화안하게 별빛을 매달고 있는 하늘 

전생에서부터 나를 따라오던 시간이  
지금 여기에 와서 멈추어 있다 

  

풀잎의 바다,  
바람이 불 때마다 풀결이 인다, 
풀잎들의 숨결이 음악처럼 번진다 

고요가 고요를 불러 
 또 다른 음악을 연주하는 이곳에서 
나는 비로소  
내 그토록 오래 꿈꾸던 사랑에 복무할 수 있다 

  

대청산 자락 너머  
시라무런 초원에 밤이 찾아왔다,  
한 무리의 대상(隊商)들처럼 

어둠은 검푸른 초원의 말뚝 위에  
고요와 별빛을 메어두고는 

끝없이 이어지던 대낮의 백양나무 가로수와  
구절초와 민들레의 시간을 
밤의 마구간에 감춘다,  
은밀히 감추어지는 生들 

  

나도 한때는 武川을 꿈꾸지 않았던가,  
오래된 해방구 우추안 

고단한 꿈의 게릴라들을 이끌고  
이 地上의 언덕을 넘어가서는 
은밀히 쉬어가던 내 영혼의 비트 우추안  
  

몽골 초원에 밤이 찾아와 내 걸어가는  
길들이란 길들 모두 몽골리안 루트가 되는 시간 

꿈은 바람에 젖어 펄럭이고  
펄럭이는 꿈의 갈피마다에 지상의 음유 시인들은 
그들의 고독한 노래를 악보로 적어 놓는다  
  

밤이 깊었다 
대초원의 촛불인 모닥불이 켜졌다   

밤은 깊을 대로 깊어,  
몸골의 밤하늘엔 별이 한없이 빛나는데 
그리운 것들은 모두 어둠에 묻혀버렸는데 
모닥불 너머 음악소리가 가져다주던  
그 아득한 옛날  


아, 그 아득한 옛날에도  
난 누군가를 사랑했던 걸까 

그 어떤 음악을 연주했던 걸까   
  
그러나 지금은 두꺼운 밤의 가죽 부대에  
흠집 같은 별들이 돋는 시간 

地上의 서러운 풀밭 위를  
오래도록 헤매던 상처들도  
이제는 돌아와 눕는 밤  
  

파오의 천장 너머론 맑고 푸른 밤이  
시냇물처럼 흘러와 걸리는데 

이 갈증처럼 멀리서 빛나는 사랑이여, 
이곳에 와서도 너를 향해  
목마른 내 숨결은 밤새 고요히 마두금을 켠다   

몇 개의 전구 같은 추억을  
별빛으로 밝혀놓고 홀로 마두금 켜는 밤 

밤새 내 마음의 말발굽처럼 달려가  
아침이면 연애처럼 사라질  
아득한 몽골리안 루트 

  

  

*마두금 - 악기의 끝을 말 머리 모양으로 만든, 두 개의 현을 가진 몽골의 전통 현악기 

  

  

박정대 시인 

  

1965년 강원도 정선에서 출생 
1990년 『문학사상』에 <촛불의 미학>외 6편으로 등단 
시집 <단편들><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김달진 문학상, 소월시 문학상 등 수상 

 

 

 


                    

 눈이 내리면 -백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