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제작 편집/블루 탁이
치자꽃 설화/박규리 詩
시낭송/블루 탁이
박규리 님의 시를 알게 해 준 님/그대만의 모닝
2020.11.25 AM 11:20 녹음 시작
치자꽃 설화
박규리
사랑하는 사람을 돌려보내고
돌아서 계단으로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서러운 눈물방울 쓸쓸히 피는 것을
종탑 뒤에 몰래 숨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 문 하나만 열어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 듯 들렸습니다
밀어내던 가슴은 못이 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
목탁 소리만 저호롤 바닥을 뒹굴다
끊어질 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계단 밑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 일어서더니
오늘따라 엷은 가랑비 듣는 소리와
짝을 찾는 쑥국새 울음소리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 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멀어지는 여인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줄 알았습니다.
한 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 없어서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았습니다.
떠난 사람보다
더 서러운 잿빛 등도
저물도록 독경소리 그치지 않는
산중도 그만 싫어,
괜시리 내가 버림받은 여자가 되어
버릴수록 더 깊어지는 산길에
하염없이 울며 앉았습니다.
-2014년 04월 /그대만의 모닝(은월) 올림-
세 번째 시 낭송은 박규리'님의 '치자꽃 설화'로 준비했습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는다고 했나요?
핸드폰 핸즈프리로 녹음을 진행하다 보니
마이크를 가까이 대면 입바람 콧바람이 너무 심하게 들어가고
너무 멀리하면 목소리가 갈라지더군요.
다이소에 가서 싼 거 하나 구하려다가
집 근처 오피스 문구에서 로지텍 마이크를 샀습니다.
마이크로는 처음 해 본 녹음입니다.
영상 작업을 하던 중에...
챙피해서 이 내용은 적지 않으려고 했는데...
자꾸만 눈물이 나오려구 하더군요.
너무 몰입해서 감정이 격앙되었었나 봅니다.
이상하게 이 시의 내용이 상상 속의 스크린에 선명하게
그려지더군요.
매정하게 옛 연인을 돌아서는 스님의 처연함...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이별 앞에
오열하는 여인...
그만큼 이 시가 전하는 메시지의 파급력이 강력한 것이겠지요.
여류 시인의 시를 낭송한다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네요.
하지만, 너무 좋아하는 시라서 시도해 보았습니다.
잠시라도 내려놓고 편안하게 쉬어 가시기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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