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제작/블루 탁이
낭송 시/아귀가 맞지 않는 문이 있다-고재종 님 詩
배경음악/고독한 양치기 연주음악
시 낭송/블루 탁이
고재종 님의 시를 담아준 님/그대만의 모닝
2020.11.24 PM 20:30 낭송 녹음 시작
아귀가 맞지 않는 문이 있다/ 고재종
추상같은 구중궁궐.
종묘 정전의 문짝은 일부러 아귀를 맞추지 않았다 한다.
모셔둔 위패의 혼령이 자유로이 드나들게 하기 위해서란다.
나뭇잎 하나가 흔들리면, 다른 나뭇잎이 흔들리고
멧새가 울면 또 다람쥐가 쥐똥만한 눈을 반짝이듯.
서로가 드나드는 것은 애초에 우주의 일.
내가 어머니로부터 배운 말들과
내가 수많은 책들로부터 배운 지식과
내가 이웃들로부터 배운 사회로, 나 아닌 나를 살며,
나는 아귀가 꼭 맞는 문을 만들어 달았던 것인데,
가령 이런 경우가 있긴 하다.
말해질 수 없는 슬픔으로 남몰래 눈물을 삼키며,
마른 장작개비 같은 네가 어느 날,
곱게 갈아 끓인 잣죽같이 저미고 감싸는 경우.
나는 스스로 문풍지 우는 문이 되고 싶었다.
너의 상처가 나를 드나들며 새로운 영토를 만나는,
그런 목숨을 꿈꾸어 본 적이 있긴 있는 것이다.
나뭇잎 하나가 흔들리니, 다른 나뭇잎은 안 흔들리고
뱀이 지나가자 멧새가 푸나무 서리에서 튀듯,
내가 애인들로부터 배운 질투와 증오와
내가 세상으로부터 배운 상처와 추억과
내가 삶으로부터 배운 권태와 환멸과
죽음만으로도 문을 닫아걸고선
나의 고독을 우겨댔던 것인데
추상같은 호령도 꺽지 못한, 사당의 혼령이란 것도
사실 버리고는 갈 수 있으나 놔두고는 갈 수 없었던
사무치는 마음 아니겠는가.
그 마음 못 다하여 이 지상의 아귀가 맞지 않은 문으로
가끔씩 사무쳐서 드나드는 그리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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