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보다 낯선 사랑/♥아름다운 동행

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 |천국은 거대한 화원ㅣUn Fiume Amaro / Iva Zanicchi

Blue 탁이 2014. 4. 8. 07:04

 

봄이 오면 나는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햇볕이 잘 드는 안뜰에 작은 꽃밭을 일구어 꽃씨를 뿌리고 싶다.
손에 쥐면 금방 날아갈 듯한 가벼운 꽃씨들을 조심스레 다루면서
흙냄새 가득한 꽃밭에 고운 마음으로 고운 꽃씨를 뿌리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새들의 이야기를 해독해서
밝고 맑은 시를 쓰는 새의 시인이 되고 싶다.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 내 영혼에 달아주고 싶다.
봄이 오면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욱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이슬비를 맞고 싶다.
어릴 적에 항상 우산을 함께 쓰고 다니던 소꼽동무를 불러내어
나란히 봄비를 맞으며 봄비 같은 이야기를 속삭이고 싶다.
꽃과 나무에 생기를 더해주고
아기의 미소처럼 사랑스럽게 내 마음에 내리는 봄비,
누가 내게 봄에 낳은 여자 아이의 이름을 지어 달라고 하면
서슴없이 '봄비', '단비'라고 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풀향기 가득한 잔디밭에서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동요를 부르며
흰구름과 나비를 바라보는 아이가 되고 싶다.
함게 산나물을 캐러 다니던 동무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고,
친하면서도 가끔은 꽃샘바람 같은 질투의 눈길을 보내 오던
소녀 시절의 친구들도 보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우체국에 가서 새 우표를 사고,
답장을 미루어 둔 친구에게
다만 몇 줄이라도 진달래빛 사연을 적어 보내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모양이 예쁜 바구니를 모으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솔방울, 도토리, 조가비, 리본,
읽다가 만 책, 바구니에 담을 꽃과 사탕과 부활 달걀,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선물들을 정성껏 준비하며
바쁘고도 기쁜 새봄을 맞고 싶다.
 
사계절이 다 좋지만
'봄에는 꽃들이 너무 많아 어지럼증이 나고
마음이 모아지지 않아 봄은 힘들다.'고
말했던 나도 이젠 갈수록 봄이 좋아지고
나이를 먹어도 첫사랑에 눈뜬 소녀처럼 가슴이 설렌다.
 
봄이 오면 나는
물방울무늬의 옆치마를 입고 싶다.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가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먼지를 털어낸 나의 창가엔
내가 좋아하는 화가가 그린 꽃밭, 구름 연못을 걸어 두고,
구석진 자리 한 곳에는 앙증스런 꽃삽도 한 개 걸어 두었다가
꽃밭을 손질할 때 들고 나가야겠다.
 
조그만 꽃삽을 들고 꽃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그 아름다운 음성에 귀를 기울이노라면
나는 멀리 봄나들이를 떠나지 않고서도
행복한 꽃 마음의 여인
부드럽고 따뜻한 봄 마음의 여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
 
ㅣ담아준 님 2014.4 ㅣ소라 조수니ㅣ

 

 

 

누구나 한 번쯤은 번민하고 두려워 하면서도

 

너무나 궁금하고 경이로왔을 천국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천국이란 의미는 모든 생명체가 바라는

 

최고의 소망이자 궁극적 이상이겠지만

 

천국이란 결국

 

죽음 이후에나 갈 수 있는 입증 되지 않은 장소다.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다양한 종교들의 공통점 역시

 

사후 세계에 대한 일종의 약속이다.

 

 

 

나는...

 

천국의 경치는 거대한 화원속 같은곳이라고 생각한다.

 

 

 

옛날부터 전래되었거나

 

사람들에게 구전에 구전을 거쳐서 듣게 되는

 

사후 세계의 공통점은 꽃과 연관이 많다.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을 헤매다  돌아온 사람들...

 

몇일 혹은 몇 달 ,몇 년동안을 혼수 상태에 빠졌다가

 

기적적으로 의식을 회복한 사람들의 말중에는

 

 

 

끊임없는 꽃길....꽃밭을 헤매다가 어딘가에 빠지는 순간

 

깨어났다고 하는 비슷한 말들을 많이 한다.

 

난 실제로 경험자에게 들은적도 있다.

 

 

 

그것말고라도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천상의 풍경은 반드시 꽃으로 도배를 한다.

 

 

 

 

 

꽃이 생명의 시작점이라서 그런걸까....

 

천국에도 계절이 있다면 봄이라고 생각한다.

 

 

 

봄하면 무엇을 제일 먼저 떠올리는가....

 

꽃이 핀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난 4월이 싫다,슬프다,두렵다......

 

4월이 너무나 좋아서...그래서...

 

지는 꽃잎처럼 서서히 세월에 잠식 당하며 떠밀려 가는

 

너무나 짧은 생명을 가진 4월에 전율을 느낀다.

 

 

 

어머님은 꽃을 무척이나 좋아하신다.

 

어쩌면 이 사실을 마을 사람들조차도 모를 수가 있지만

 

난 알 수 있다.

 

 

 

사실 6남매중에서 어쩌면 내가 꽃을 제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형제가 많아도 연중에 모두 모일 수 있는 날은

 

딱 두 번인데.

 

어머님,아버님 생신...

 

 

 

아버님은 봄이고 ,어머님은 섣달 그뭄께쯤인데

 

고향집에 가면 이리저리 오가며 꽃에 카메라 들이대기에 바쁜건

 

나밖에 없었던것 같다.

 

 

 

몇일 전 부터의 쌀쌀한 날씨가 너무나 얄밉고 원망 스러웠다.

 

한차례 쏟아진 비의 후유증을 타고 거세게 치달려 온  꽃샘 추위가

 

몇일은 더 버틸 수 있는 벚꽃들을 거의 다 낙화 시켜 버렸다.

 

 

 

사람들마다 조금씩의 다른 견해나 느낌을 가지고 있겠지만은

 

난 꽃을 보면 천국을 연상한다.

 

어머님의 얼굴과 손길을 느낀다.

 

그리고 봄속에 너무 깊이 동화된 나의 모습을 본다. 

 

Un Fiume Amaro / Iva Zanicc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