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빗속에 서 있었네
나무들과 함께
누군가 빗속에 서 있었네
주머니 속에서는 성냥과 담배가 젖어가고
시선 속에서는 고양이와 대들이 젖어갔네
젊은 지붕들 위로 비가 내리고
젖은 지붕들이 울고 있었네
나무들은 추운듯 자꾸만 몸을 떨었네
몸을 떨 때마다
잎사귀들의 눈물이 떨어졌네
아무도 보지 않았지만
누군가 빗속에 서 있었네
차들은 흙탕물을 튕기며
컴컴한 오후로 달려갔네
추억의 커피들은 식지 않으려는
안간힘으로 온몸을 웅크렸네
누군가 빗속에 춥게 서 있었네
아무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네
누군가 빗속에 떨면서 서 있었네
그의 턱에선 턱의 눈물이 떨어졌네
누군가 빗 속에 서 있었네.
<알페지오님이 올린 박정대님의 詩>지금 다시 읽어보니 맨밑에줄 띄어쓰기 오타네요
"누군가 빗 속에 서 있었네"입니다.포토샾을 조금 복잡하게 사용해서 수정하기가 힘드니까
이해들 하시길 바랍니다 죄송합니다.
시의 의미는 또 다른 상징적인 의미가 있겠지만 나는 비를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선풍기에나 간신히 의지해 한여름날의 무더운 열기와 싸워야했던 유년기의 여름날은
유난히 문약했던 어린 나에게는 특히나 견뎌내기 벅찬 고행이었다.
어쩌면 구원의 손길과도 같은 것이 소나기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단지 그것만이 내가 비, 그중에서도 소나기를 좋아하게 된것 같지는 않다.
성인이 되어서도 난 항상 하늘을 바라보며 비를 기다렸었다.
몸이 아파 펄펄 끓을때에도 무기력한 기운이 온몸을 감쌀 때에도
추녀에서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면정말 거짓말처럼 가뿐해지곤 했었다.
하지만,언제 부턴가 난 그다지 비를 의식하지 못하고 지내고 있다.
이제는 비가 내려도 느낄 수 있는곳이 없어진것 같다.
지금은 추녀밑으로 떨어지던 낙숫물도 없고
프라스틱이나 함석 지붕에서 들려오던
비의 불규칙한 리듬을 잃은지도 오래 되었다.
두껍고 견고한 십육층의 대형 건물 안에서는
베란다에 나가서도 제대로 느낄 수가 없다
비를 그리워하던 시절이 그리워 비가 내리는 날이면
회사 옥상에도 올라가 보고 집앞 소공원에 우산없이 나가서
비를 맞아 보기도 하지만 예전의 그 느낌이 좀처럼 살아나질 않는다.
비가 오면 유난히 정체되는 도로....
그래도 좀더 느끼고 싶어 차를 조용한 갓길에 정차시켜 놓고
와이퍼를 멈춘 채 비를 느껴 보려해도 .....
비가 내리는 날이면 언제나 항상 그랬던것처럼 등교할때
갯수가 모자라는 우산을 차지하기위해 누나와 실랑이를 벌였던
그 시절의 느낌이 살아 나질 않는다.
그래도 비는 그립다.비가 내리는 날에도 나는 비가 그립다.
(Paul Mauriat) -이사도라(Isado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