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방송 제작 영상

CJ 고요 ㅣ첫사랑을 만나던 날 /생활속에서 적어보는 수기...ㅣ

Blue 탁이 2014. 3. 26. 19:18

 

 

      TO. 낭송인 CJ 고요 ㅣFROM. 신청인 '별빛 산책'

 

<<선신청 후편집 세이브라서 날짜가 맞지 않습니다.

중복된 내용이 하나 더 있는데... 2012년 626일 자로 작성한 포스팅이 방송 날짜와 시간에 근접한 내용입니다.>>

 

그녀에게 전화를 받는 순간

나는 핸드폰을 떨어 트리고야 말았다.

수 십 년이 지나도록

늘 가슴 한편에 자리한 채

미열처럼 남아있던 첫사랑 그녀...... 

 

언제나 샴푸의 요정처럼

나부끼는 머릿결을 쓸어 올리며

물기가 반짝이는 눈동자로

붉게 타는 노을을 바라볼 때면

신비로운 꽃잎이 주위를 에워싸곤 했었지

한 손에는 박목월 님의 시집이 항상 들려 있었을 거야 

 

러브스토리에 나오는 알리 맥그로가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영화를 보다가

오열을 삼키듯 입술을 깨물며

가늘게 떨리던 그녀의 어깨를

난 오래도록 가슴에 서지 울 수가 없었어. 

 

달콤하기만 했던 우리의 사랑이

채 무르익기도 전에

우리는 딱히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서로에게 낯선 감정이 되어갈 무렵

난 입대를 했고 

 

제대 후.....

그녀를 다시 만날 구실을 애써 생각하고 있을 때쯤이었을 거야

친구로부터 그녀의 결혼 소식을 듣게 되었지...

얼마나 많은 밤과 낮을 술로 달랬었던가... 

 

 원래 그녀가 외국 신드롬을 가지고 있었던 까닭이었을까

그녀는 결혼 후 호주의 시드니로 이주해버렸고

나의 첫사랑은 그렇게 잊히나 했는데,

그런 그녀로부터 전화를 받게 될 줄이야.....

나는 떨림을 숨기며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약속 장소를 수 백번은 외우고 또 외웠어 

 

나는 오랫동안 뚜껑조차 열어보지 않은

젤 통을 열어 머리에 발랐어,

그리고 문상용으로 구비해놓은 양복에 날을 세워 입고

그녀가 기다리고 있을 약속 장소로 달려갔지,

그려를 기다리게 할 수가 없어서

30분쯤 먼저 도착했을 거야 

 

고풍스러운 원두커피 전문점....

몇 번을 옮겨가며 이리저리  골라잡은

창이 넓게 트여 시야가 밝은 테이블... 

 

나의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박동이 빨라졌고

드디어 입구에 드리워진 여인의 그림자 하나. 

 

난 순간.....

내 눈을 의심했었지.

착시 현상인가.....

 

커피숍 입구에는

물에 불린 호주산 암퇘지가 날 보며 서 있는 거야...

가루지기를 닮은 전체적인 실루엣,

매부리코에 얹은 곤충의 눈 같은 선글라스.....

하지만, 어렴풋이 남아있는 모든 것들이 그녀라는 것을

확신할 수가 있었어....


"나도 나이를 먹었고 변했는데...."그녀도 그럴 수 있겠꺼니..."

난 순간적으로 당황했었지만  반갑게 그녀를 맞이 했어...

 그런데.....

 

 

 

출처를 알 수 없는 그녀의 잡탕 사투리가 나를 경직시켰지...

 "와따메~~~ 문딩이 자슥아...~!!

행자가 니 전번 주드라~!

니 잘 나간다카데?

 

그러면서 그녀는 120원짜리 검은색 모나미 볼펜과

종이 뭉치들을 꺼내며 덧붙였다.

 

"문딩이 자슥아~니 암 걸려서 비명횡사하고 싶지 않을라카믄

암보험 하나 필히 들어야 칸다~"

"종신보험도 들어 두는 게 니 새낑이들위해서 조을 거다~~~"

 그래서 첫사랑은 만나서는 안된다고들 했었나..............ㅠㅠ

 

보험 몇 개를 들어주고 돌아서는 길에....

난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내의 목소리를 환청으로 들으면서

노을이 곱게 번져가는 서쪽 하늘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2012년 6월 어느 날에 꿈에도 그리던

첫사랑을 만나고 온 친구에게 얘기를 듣고

문득 영감이 떠올라서 낙서하듯 써 본 글입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첫사랑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여자 동창들 중에 연락처를 알고 있는 친구가 많은데.... 

직접적으로 묻진 않았어도 충분히 알아들을 만큼은

눈치를 주었는데도 아무도 말해 주질 않습니다.

 

그녀들이 왜 그러는지 정확히는 알 수가 없지만,

조금 힘든 뭔가가 있다는 것쯤은 느낄 수가 있었지요

 

나는 반반입니다. 흰머리가 더 늘기 전에.... 조

금 더 젊은 모습으로 그녀에게 보여주고 보고 싶은 욕망과....

 

뽀얗게 내려앉은 아침 안개를 헤치며 걷던 그녀의 꿈같은 모습

학생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감색 교복,

책가방의 무게에 못 이겨 휘청거리던 걸음걸이,

숱이 많았던 단발머리...

한쪽이 부풀어 오른 라면 머리에 핀을  꼽고 잰걸음으로 등교를 하던

그녀의 소녀 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살아갈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