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방송인 CJ 그날처럼 ㅣ신청인 'KTX'
장철웅/아름다운 인연
얼마 전 일요일....
현아, 현아~!(아내가 날 부르는 애칭)
우리 이혼하러 가자~!!
내 아내 묘숙이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큰 소리로 떠들면서 나를 깨웠습니다.
나 역시 반색을 하면서
얼른 복장을 갖추고 나갈 채비를 갖췄습니다.
이 상황에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수 십 년 전의 불협화음 기간으로 가야 합니다.
두 사람이 만나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결혼생활에 잡음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 부부 역시 상대방에 대해서
이해하고 감싸 안게 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출혈이 있었습니다.
갈등이 심화될 대로 심화되었던 바로 그 시기에
누구의 입에서 먼저 나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우리 갈라서자" "이혼하자!"
단계까지 가게 되었고
두 사람은 미리 준비되어 있던
필요한 서류를 챙긴 후
서초동에 있는 가정법원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두 사람이 욱하는 성격에 그 지경이 되긴 했지만
핸들을 잡은 손끝이 떨리고
브레이크를 자꾸 헛밟게 되고
출고 연도가 오래된 차는 이상하리만치
그날따라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고....
그날따라 꽉꽉 막히던 남부 순환로는
왜 그렇게 뻥뻥 뚫렸는지.....
정말 운명처럼 어떤 핑곗거리나
일말의 지연적 요소마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법원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가까운 산(우면산)에서는
짙은 아카시아 향기가 코끝에 실려왔고
나도 모르게 혼자 뇌까린 말
"서울에도 아카시아 꽃이 많이 피었나 보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묘숙이 왈
"우리 잠깐만 저 산에 가서 보고 오면 안 될까?"
난 마지못한 척 그럼 가보자 했고
정신없이 산에 오른 두 사람은 이래저래 시간을 끌다가
결국, 묘숙이가 먼저 침묵을 깨고 말을 걸어왔습니다.
"우리 너무 늦지 않았을까? 판사님이 혼내면 어떡해?"
하길래
"법정 모독죄가 생각보다 무겁다던데..."라고 했더니
"무서워 죽겠어"하더군요.
"우리 법정모독죄로 교도소 갈바에야 그냥 살까?"
하고 어렵사리 물었더니....
한동안 침묵을 지키며 표정이 들쑥날쑥하던 묘숙이가
절규하듯이 부르짖었습니다.
"야~~~ 이 나쁜늠아~~~ 누가 헤어지재니?.....ㅠㅠ"
하면서 주저앉아서 엉엉 울기 시작하더군요.
나도 뭐가 그리 서러운지 같이 끌어안고
눈이 퉁퉁 불어 터질 만큼 울고 또 울다가
같이 등산로를 한 바퀴 도는 걸로 이혼을 대신했습니다.
산에 올라갈 때는 거리를 두고 찬바람이 돌았었지만
하산할 때는 둘이 손을 꼭 잡고 내려왔습니다.
그날 이후로 우리 부부는
가끔씩 그때를 회고하며
그 산에 이혼하러 갑니다.
<2013년 11월 10일 그냥 쓰는 낙서장에서...>
2017.3.25 새벽 05시 덧붙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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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말고 짬짬이 방송하시는 시제이님들께 신청곡과 사연을
올리면서 참 재미있고 즐거워했었던 것 같은데...
불과 몇 년이 흐른 지금이지만, 몸도 마음도
그날의 내가 아님을 부정할 수가 없네요
저런 미진한 열정이라도 정말 내게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지금은 엄두가 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세상이 변하듯 그 놀이터도 예전의 인적을 찾을 수 없는 것 같고,
나 역시 발길 하는 것이 귀찮고 게을러져서
이제는 나이 먹고 할 만한 것이라고는 자리에 앉아서
일하는 것 밖에는 없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많이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최근 얼마 전부터 정말 오래간만에 둘러보는 블로그였습니다.
어쩌면 내 의식 속애서 거의 잊고 살다시피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여러 님들의 발길은 이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그동안 어리숙한 대통령 탄핵 운동에 민주 시민으로서
작은 참여라도 해야겠기에
음악 대신 JTBC 뉴스와 YTN 뉴스에 촉각을 곤두 세우며
감시자의 일인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앞으로 간간히 훌륭한 시인님들의 주옥같은 글을 찾아다니며 읽기도 하고
감상하고, 내 가슴으로 받아들여 메말라 가는 감성도 일깨우겠지만,
여건이 되는 선에서 그에 걸맞은 음악을 찾아 포스팅을 준비해 볼 계획입니다.
다만,
예전처럼은 열심히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2014년 4월 16일부터 깊은 바닷속에 잠겨 있던 세월호의 참담한 모습이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겠군요.
정말 어이없게도 이슬처럼 사라져 간 영혼들을 위해 다시금 반성하고 기도하는
주말을 보낼까 합니다.
그동안 잊지 않고 발길 해 주신 고운님들,
그리고, 시를 사랑하고 음악을 좋아하시는 고운 감성을 가진 모든 님들께
성심의 마음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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