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풍경/도종환ㅣ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이문세&임재범&장재인ㅣ그리움보다 낯선 사랑
쓸쓸한 풍경 / 도종환
쓸쓸한 지 오래되었다
들 끝의 미루나무 한 그루
내 안에 혼자 서 있은 지
오래되었다
나뭇잎 무수히 떨리는 소리로
낯선 산기슭 떠도는 지
오래되었다
언덕의 나무들을 만나도
그 중 쓸쓸한 풍경만 만나고
강줄기를 따라 가다가도
시린 저녁 물빛 옆에서만
오래오래 머물렀다
서산 너머로 달이 지듯
소리 없이 사랑도 저물면서
풍경의 안에서고 밖에서고
쓸쓸한 지 오래되었다
몇 해전인가 아내가 추천해 준 도종환'님의 쓸쓸한 풍경'을 포스팅에 모셔봅니다.
그 곱던 얼굴에 잔주름이 살짝살짝 드러나긴 하지만,아직도 소년의 감성을 지닌듯한
천진스러움과 해맑은 치기가 남아 있기에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운 나의 아내는
아직도 틈틈히 주기적으로 서점에 들려 시집을 사 쟁여놓는 예쁜 감성의 소유자네요.
사람 좋아보이는 밝은 인상과는 상상하기 힘든 묘한 고집을 이따금씩 드러내긴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내게 강요하지도 따라주길 바라지도 않는것 같습니다.
나 역시 고집하면 둘째 가라면 고층건물에서 뛰어 내릴 만큼 한가락 하는 성격이지만,
아내와는 이렇다할 트러블없이 무난히 결혼생활을 해 오고 있습니다.
나의 고집과 부딪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궂이 내가 맘에 들지 않을 때에도
별로 도전해 오진 않는데...
아내가 그러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요.
나의 아킬레스 건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인데...
내가 고집스럽게 강짜를 놓기 시작하면 아내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얼른 그 자리에서 벗어나
장롱에서 잠자리 날개같은 연보라색 슬립을 노브라인채로 꺼내 입고는
눈에 띄기 쉬운 거실과 주방을 오가며 일을 보기 시작합니다.
메가톤급의 버스트가 얇은 투명막 하나 사이로 그 자태의 위용을 드러내면
난 프로포폴을 정량 이상 투여한 수술환자처럼 그대로 무너지고 말지요.
그날 밤은 내가 필사적으로 애원하고 매달리며 사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때부터라도 아내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온갖 아부와 간능을 떨며 졸졸 따라다니곤 하지요.
그래서 둘다 개성이 강하고 고집이 센 편이지만
담장 너머로 큰소리가 넘어가는 일은 한 번도 없었던것 같습니다.
그런 사랑스런 아내가 블로그에 올려 보라고 추천해 주었던 시'인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서야 생각나서 졸음도 밀어 낼겸 포스팅 작업을 해봤습니다.
오늘은 퇴근 시간을 조금 앞당겨서 아내가 근무하는 멀지 않은곳에 들려서
함께 퇴근해 보려합니다.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씩 시켜 들고 저물어가는 도시의 가로수길을 함께 걸어보려구요.
여러분도 오늘만이라도 우리 부부처럼 해 보세요.
행복은 먼곳에 있는것이 결코 아니거든요.
감사합니다.
이문세 -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1988年)
임재범 -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Lee Moon sae - In the Shade of the Street Tree,
이문세 -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2015 DMZ Peace Concert2 2015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