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꽃 설화/박규리ㅣ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님이시여 - 김연숙 (1982)ㅣ그리움보다 낯선 사랑
치자꽃 설화/ 박규리 ㅣ담은이 '블루 탁이'
치자꽃 설화
박규리
사랑하는 사람을 돌려보내고
돌아서 계단을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서러운 눈물 방울 쓸쓸히 피는 것을
종탑 뒤에 몰래 숨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범당 문 하나만 열어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 듯 들렸습니다.
밀어내던 가슴은 못이 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
목탁소리만 저홀로 바닥을 뒹굴다
끊어질 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계단 밑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 일어서더니
오늘따라 엷은 가랑비 듣는 소리와
짝을 찾는 쑥국새 울음소리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멀어지는 여인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 줄 알았습니다.
한 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 없어서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았습니다.
떠난 사람보다
더 서러운 잿빛 등도
저물도록 독경소리 그치지 않는
산중도 그만 싫어,
괜시리 내가 버림받은 여자가 되어
버릴수록 더 깊어지는 산길에
하염없이 울며 앉았습니다.
산중 깊은 암자일수록
속세와의 연이 더욱 질기게 이어져 있다. 역설이다.
세간에서 받은 상처가 깊을수록
더 깊은 산중으로 찾아들지만,
암자로 이어진 아주 작은 오솔길은
제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눈물의 길’이다.
박규리 시인의 「치자꽃 설화」는
이미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바 있다.
산중 암자의 한 일화를 그대로 옮겼을 것만 같은 이 시는
매우 산문적이면서도 절묘하게 시적 울림을 증폭시킨다.
시를 읽노라면 비에 젖은 치자꽃 향기가 온몸에
척척 달라붙는 느낌이다.
종교적 엄숙주의 혹은 그 가식에
질릴 대로 질린 이들이라면
이 시에 감동받지 않을 이 몇이겠는가.
시 속에 등장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달래 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도 비로소 스님답고,
실연에 겨워 ‘돌계단 밑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 일어서’는 여인도 비로소
사랑을 아는 여인다우며,
‘괜시리 내가 버림받은 여자가 되어 버릴수록
더 깊어지는 산길에 하염없이 앉’아 있는
화자인 시인도 절집에 살만한 보살답다.
그리 길지 않은 이 시는
‘설화’가 아니라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한편의 영화다.
아니, 허구의 영화가 아니라 감동적인 다큐멘터리가 아닐까.
그렇다.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이니
이 시를 되새기며 우리 사랑의 숭고함을 더럽히지 말자
<다음 카페에서 펌글>
시낭송ㅣ치자꽃 설화/박규리'님 詩ㅣBlue 탁이'낭송
영상 제작 편집/블루 탁이 치자꽃 설화/박규리 詩 시낭송/블루 탁이 박규리 님의 시를 알게 해 준 님/그대만의 모닝 2020.11.25 AM 11:20 녹음 시작 치자꽃 설화 박규리 사랑하는 사람을 돌려보내고 돌
blog.daum.net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님이시여 - 김연숙 (1982)
이미 오래전에 포스팅에 담았던 박규리'님의 애잔한 시'인데...다시 한 번 담아 봅니다.
이 시는 그대만의 모닝'님이 러브스토리 게시판에 신청 사연과 함께 올렸던 시'인데...
그대만의 모닝'님이 엄선한 주옥같은 시는 문성아'님 다음으로 내 블로그에 많이 담았던 것 같습니다.
이 시에 대한 평도 함께 가져왔으니 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거라 생각함으로
차분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